‘어지럼증’은 성인의 20%가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입니다. 흔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무심코 넘기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어지럼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여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85세 이상인 경우 5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합니다. 보통 어지럼증을 설명할 때는 빙빙 도는 느낌, 한 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어질어질한 느낌 등으로 표현합니다. 어지러움의 한 종류인 현훈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증상을 말합니다
어지럼증이라고 하면 단순히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은 기립성 어지러움이 있거나 결막과 피부색이 창백해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빈혈 외에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5~6명이 말초성 어지럼증, 1명은 중추성 어지럼증, 1.5명은 정신과적 문제(심인성 어지럼증)로 인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모든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귀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뉩니다.
▶말초성 어지럼증 : 이석증, 메니에르증후군, 전정신경염 등
▶중추성 어지럼증 : 뇌혈관질환,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편두통 등
▶전신성 어지럼증 : 약물, 저혈당, 일자 목 및 뒷목 근육긴장, 피로 등
▶심인성 어지럼증 : 공황장애, 우울증, 외상 후 어지러움, 스트레스 등
말초성 어지러움의 대표적인 원인은 이석증이며, 흔히 달팽이관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석증은 1분 이내로 잠깐씩 나타나는 현훈을 특징으로 합니다. 머리를 돌리거나 눕거나 일어나는 경우 일시적으로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경험합니다. 심한 구토 증상으로 인해 보행이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병원에 내원하여 이석정복술을 통해 증상을 빨리 회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석정복술은 환자의 머리를 돌려 엉뚱한 곳에 위치한 이석을 정상 위치로 돌려 넣어주는 시술입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이나 전정신경염의 경우는 이석증보다 증상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며, 보행장애가 동반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말초성 어지럼증이지만 응급질환인 중추성 어지럼증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고,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소뇌(몸의 균형, 미세한 운동조절 담당)와 뇌간은 전정신경계(귀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기관)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소뇌에 뇌경색, 뇌출혈, 염증성 질환 등이 발생한 경우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어지럼증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멀미를 하는 듯한 어지럼증입니다. 뇌간 부위에 종양이 있는 경우에도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경련, 두통, 얼굴 근육마비, 호흡장애, 복시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또한 오랫동안 어지럼증이 지속되고, 비틀거리는 증상이 있었다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으면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내원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뇌종양의 초기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증 외에도 발병하는 위치에 따라 두통, 기억력저하, 시력저하 등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시간이 길어지면 꼭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편두통 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편두통성 어지럼증은 발작성으로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두통이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지럼증이 심할 때는 가장 편한 자세로 눕거나 앉히고, 눈을 감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토 증상이 흔히 동반되므로, 토물에 의해 기도 흡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합니다. 또한 평소 금연, 금주, 저염식,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어지럼증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윌스기념병원 이동규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