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자 검증은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 논의에 있어 차기 법무장관 문제가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에 대해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으로 가 있는 (법안들도) 입법이 될지 관심사여서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며 "그런 일에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는 시기적으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은 물론, 후임자 검증작업의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뜻도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서 22일 시정연설 이후 '공정'을 화두로 내걸고 국정장악력을 높이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검찰개혁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조 전 장관의 후임자가 다시 한번 의혹에 휩싸인다면 개혁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수처 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힘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후임자 인선은 자칫 국회의 주도권을 야당 쪽으로 넘겨주는 빌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조 전 장관이 물러나긴 했지만, 이르면 이번 주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소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수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로서는 조 전 장관의 후임자를 둘러싼 '잡음'이 나와서는 안 되는 민감한 시점인 만큼 자연스레 후임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치밀한 검증을 벌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언론이 예상해 온 것보다 꽤 오랜 시간 후임자 선정 작업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검찰개혁을 일일이 챙기는 이른바 '친정 체제'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법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입법이 필수적이지 않고 시행령 개정 등으로 조처를 할 수 있는 사안의 경우 공석인 법무장관을 대신해 김오수 법무차관이 개혁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김 차관과 면담을 하면서 "검찰이 강력한 자기정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직접 보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장관 역할까지 겸하면서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법무장관이 공석인 지금의 체제로 국회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 처리 가닥이 잡힐 때까지는 문 대통령이 직접 고강도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31일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협의회'를 주재키로 해,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다시 한번 발신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부패협의회에서는 사법부를 중심으로 한 전관예우 방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김 차관에게 '직접보고'를 주문한 검찰의 내부감찰 기능 강화 방안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담은 '인권보호 수사규칙', 수사 과정이 인권침해를 막는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이달 내 제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 진행상황을 점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