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 CO₂농도 세계 최고 수준…'기후악당' 오명

2020.12.11 10:56:57

CO₂농도, 30년 동안 17% 급증…"세계 1만3천개 도시 중 서울 CO₂배출 1위" 주장도
화력발전소 에너지 비중 큰 데다 중국서 오염물질 넘어와
"선진국 문턱 넘는 한국, 이젠 신재생에너지 비중 대폭 늘려야"

 '기후 악당'

 우리나라가 국제환경단체에서 얻은 오명이다. 한반도 상공의 온실가스 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우리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상공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17% 급증했다고 한다.

 올해 한반도를 덮친 역대 최장기 장마와 잇따른 태풍 등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실감케 했지만, 우리는 그 책임의 일부를 우리 자신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북극 빙하의 소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불, 호주의 가뭄 등 전 세계에서 '기후재앙'으로까지 불리는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제 더는 우리의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상공 CO₂농도 세계 최고 수준…30년 동안 17% 급증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공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다. 그중에서도 주범은 이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한반도 상공의 이산화탄소는 지난 수십 년간 증가세를 보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서해안 태안반도에서 채집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1990년 360ppm에서 2020년 420ppm으로 30년 동안 60ppm(16.7%) 급증했다. 이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발표하는 지구 평균 농도(409.8ppm)보다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농도이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소장은 "이는 세계적인 기준이 되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농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며, 중국의 티베트고원이나 몽골 고비사막보다도 뚜렷하게 높다"며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고 밝혔다.

 태안 관측소는 세계기상기구(WMO)와 미 해양대기청이 관할하는 전 세계 60여 개 온실가스 측정소 가운데 하나다. 연구소는 미 해양대기청과 공동협약을 맺은 1990년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고 서풍이 부는 날 태안반도 해안 파도리의 공기를 채집해 온실가스 농도를 분석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화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유황 등 6가지이다.

 태안 관측소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0배 이상 큰 메탄의 농도는 지난 30년 동안 1천850ppb에서 1천990ppb로 7.6% 증가했고, 아산화질소는 313ppb에서 333ppb로 6.4% 늘었다. 육불화유황은 4.3ppt에서 10.7ppt로 무려 149% 급증했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의 한 연구자는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1만3천 개 도시 중 서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위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논문이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자 서울시에서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해당 논문의 주장처럼 서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위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구 평균보다 20∼30ppm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CO₂감축 약속 안 지키다가 '기후 악당' 오명

 우리나라는 국제 환경단체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까지 얻었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기후 악당 리스트'에 올렸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른데다,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재정 지원을 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국제환경단체는 한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질타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5억4천300만t CO₂e(여섯 가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총량)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80만t CO₂e에 달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되레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이후 연평균 3.3%씩 증가했다. 홍동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제철, 석유화학 등 석탄과 석유를 대량으로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더불어 증가해왔다"며 "선진국은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IT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한국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7억900만t CO₂e에서 2018년 7억2천760만t CO₂e로 늘어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7억280만t CO₂e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홍 센터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범은 '화력발전소·중국'…"신재생에너지 비중 대폭 늘려야"

 한반도 상공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우리나라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화력발전소와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지 적이 나온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정용승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중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것이 38%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발전소가 44%를 차지해 제1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는 61기에 달하며, 충남 서해안에만 30기가 몰려 있다. 충남 당진, 보령, 태안 지역의 화력발전소를 모두 합치면 설비용량이 6천㎿로, 좁은 지역에 밀집한 화력발전소의 규모가 이처럼 큰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7%에 불과하다. 독일의 47.3%, 영국의 4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고, 2040년에는 35∼4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된 절대 규모가 부족하다"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뒤처지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옆에 위치한 탓에 중국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정수종 교수는 "기상청이 안면도에서 측정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해보면 절반가량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중국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중국의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은 뒤 한반도 상공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연대 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고 있다고 하지만, 한반도 상공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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