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일상, 방송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연말을 장식하는 방송사 시상식에서 진풍경이 연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2020 SBS 연예대상'에서 참석자 전원이 얼굴 그림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는데요.
여기에 시상자가 긴 막대를 이용해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상자와 수상자 모두 마스크 없이 무대에 섰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벗은 수상자들이 무대 위에 밀착해 마이크 하나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도 빈축을 샀는데요.
방송사 측은 마이크를 매번 교체해 소독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시청자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직장인 송모(25)씨는 "MC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행하고 다른 연예인들도 자리에 앉아있을 때만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마스크도 KF가 아닌 면마스크 같아 효과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는데요.
방송사는 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등 방역지침을 지키려 했지만 '노 마스크'(no mask) 논란 때문에 "방역 희화화"라는 지적도 받았죠.
방송가의 방역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일엔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방송분에서 출연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여의도환승센터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담겼는데요.
이를 놓고 "바깥이면 마스크를 써라" "무슨 권리로 마스크를 안 하는 거냐" 등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죠.
JTBC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는 20일 출연자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여행을 다녀 논란이 됐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이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대화하고 야외를 돌아다니는 것을 두고 '연예인 특혜'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역 단계가 올라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데 연예인들이 TV 방송에서 자유롭게 밀접접촉하고 마스크도 끼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지난 11월 13일부터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큰 장소와 시설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 중인데요.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과 방송 출연의 경우 의무착용에서 예외를 두고 있죠.
다만 촬영 이외의 현장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하고, 거리두기와 환기 및 소독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데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여러 드라마 현장에서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 등 형식적인 방역 조치만 진행될 뿐 환기가 제대로 안되는 실내 공간에서 수많은 인원이 밀집된 상태로 촬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일 방송가에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정말 필수적인 정보를 전하는 프로그램 말고는 가능하면 비대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방역수칙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정규 프로그램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방송하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시상 등 특별한 행사 자체를 자제한다거나 행사를 하더라도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죠.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방송사에 제작 인원을 최소화하고 기본 방역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요.
감염병 앞에 무풍지대는 없는 만큼 방송가의 경각심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