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드러난 코로나의 면역 회피, 인간의 RNA 변형 효소도 이용

2021.05.04 18:54:05

면역계는 억제하고, 이로운 단백질 생성은 늘리고
METTL3 효소, 치료제 표적 부상…UCSD 연구진 '셀 리포트'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유전정보가 RNA(리보핵산)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다.

 RNA 바이러스는 인체 내에 들어와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려면 반드시 유전정보를 복제해야 한다.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DNA 바이러스보다 1천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가 RNA의 화학적 변형을 유도하는 인간의 효소를 이용해, 자기에게 이로운 단백질 생성을 늘리고 인체의 면역 반응은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은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기제에 관여하는 METTL3 효소는 신종 코로나의 유전체에 특별한 내용의 표지(marker)를 붙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표지는 인체 면역계를 억제하는 동시에 ACE2 수용체의 생성은 대폭 늘렸다.

 이 연구를 이끈 UCSD 의대의 타리크 라나 교수는 "영리하게도 신종 코로나는 이 세포 기제를 이용해 (면역계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모드로 변신하고 더 많은 세포에 감염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세포에선 보통 DNA의 유전 정보가 RNA로 전사된 뒤 단백질 생성 정보로 다시 번역된다.

 그런데 세포는 RNA에 전사되는 유전 정보를 화학적으로 수정해 단백질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RNA 구성 요소인 아데노신에 메틸기(methyl groups)가 붙은 'N6-메틸아데노신(m6A)'도 그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메틸기(基)란 메탄보다 수소 원자가 1개 적은, 가장 간단한 알킬기를 말한다.

 라나 교수팀은 이 m6A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나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선 우리 몸 안에서 RNA 메틸화를 촉진하는 METTL3라는 효소가, 신종 코로나의 RNA에 메틸기를 첨가해 m6A가 생기게 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신종 코로나의 RNA는 염증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 분비를 자극하지 못했다.

 하지만 METTL3 효소는 신종 코로나에 더 많은 이득을 안겨 줬다.

 숙주 세포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해 신종 코로나의 복제와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늘리는 게 이 효소였다.

 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METTL3가 나오지 못하게 하면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RIG1이라는 전 염증성(pro-inflammatory) 물질이 바이러스의 RNA를 결박해, 염증성이 더 강한 사 이토카인이 분비되고, 바이러스에 이로운 유전자는 억제됐다.

 METTL3 분비를 계속 막으면 결국 바이러스 복제 자체가 억제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의 폐 조직을 검사해 보니, METTL3 효소의 발현도는 낮고 염증 자극 유전자의 발현 수위는 높았다.

 상당히 진행된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생겨 병세가 급속히 나빠지는 것도 이 기제와 연관돼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추정했다.

 라나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감염엔 두 단계가 있는데 면역반응을 피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에선 METTL3가 필요하다"라면서 "하지만 왕성하게 입자 복제가 이뤄진 후인 두 번째 단계에선 METTL3를 억제하는 게 바이러스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m6A 수위를 조작하면,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로운 선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특히 이 방법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지 않은 경증이나 중등도 증상의 환자에게 효과가 클 거라고 한다.

 라나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엔 메틸전이효소(methyltransferases)로 불리는, METTL3와 유사한 효소가 많이 있다"라면서 "따라서 METTL3를 억제하는 건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테스트할 METTL3 억제 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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