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어떤 영역에서 뉴런(신경세포)이 흥분하면 혈액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간다.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뇌 세동맥의 확장으로 생기는 이런 현상을 신경혈관 접합(neurovascular coupling) 또는 기능적 충혈(functional hyperemia)이라고 한다.
의사들은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 검사로 혈류가 약한 부위를 찾아 뇌 질환을 진단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뇌의 신경혈관 접합에 관한 연구는 대뇌피질 등 깊지 않은 부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또 시각이나 청각 같은 주위 환경의 감각 자극에 반응해 뇌 혈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우리 몸 자체가 생성하는 자극, 즉 내부 감각 수용기 신호(interoceptive signals)에 맞춰지는 뇌의 깊은 영역에도 기능적 충혈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뇌의 깊은 영역에 위치한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선 뉴런이 활성화할 때 오히려 혈류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혈류 감소는 자연스럽게 저산소증으로 이어졌고 조직 손상의 위험도 커졌다.
대뇌피질에서 혈류량이 감소하는 건 보통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국소빈혈 등의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시상의 아래쪽에 위치해 뇌하수체와 연결된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제어한다. 항 이뇨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것도 시상하부다.
이 연구는 미국 조지아 주립대의 하비에르 스턴(Javier Stern)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고, 논문은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지난 12일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시 상하부 뉴런의 이런 혈류 감소는 혈액의 소금 농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체는 혈중 소듐 수위를 제어하는 데 매우 민감하다. 소듐 농도를 감지하는 세포가 따로 있을 정도다.
우리가 짠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감지한 뇌가 곧바로 일련의 보상 기제를 작동해 소듐(sodium) 농도를 떨어뜨린다.
소듐은 소금(염화나트륨)의 주성분인 나트륨(복수 표기)을 말한다.
항 이뇨(antidiuretic) 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 분비를 촉발하는 시상하부의 뉴런이 활성화하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시상하부에선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뉴런은 활성화했는데 혈류량이 되레 줄고 저산소증까지 온 것이다.
연구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 현상을 '역전 신경혈관 접합'이라고 불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스턴 교수는 "짠 걸 많이 먹으면 체내 소듐 수치가 장시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라면서 "이런 환경에서 뉴런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기제로 저산소증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금의 자극이 오래 지속되는 나쁜 환경에서 뉴런의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저산소증이 필요할 거라는 뜻이다.
이 발견을 계기로 스턴 교수팀에겐 흥미로운 의문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고혈압이 뇌에 미치는 충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 중 50∼60%는 과도한 소금 섭취와 관련이 있는 '염분 의존(salt-dependent)' 타입으로 추정된다.
만성적으로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실제로 바소프레신(항 이뇨 호르몬) 뉴런이 과잉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역전 신경혈관 접합' 메커니즘이 개입하면 과도한 저산소증을 유발해 뇌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동물 실험을 통해, 시상하부의 '역전 신경혈관 접합' 메커니즘이 염분 의존(salt-dependent) 고혈압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뇌의 다른 영역과 우울증, 비만, 신경퇴행질환 등에 대한 연구도 확대하기로 했다.
스턴 교수는 "이 과정을 더 잘 이해하면 (뉴런의) 저산소 의존 활성화를 멈추게 하는 표적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염분 의존 고혈압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