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이 완전한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로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에서 만난 이수련 간호사(31)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견뎌낸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1일 0시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 수준을 '경계'로 하향하면서 '7일 격리 의무' 등 대부분의 방역 규제를 풀기로 했다.
10시간이 넘는 근무로 밤을 꼬박 새우고 인터뷰에 나선 그였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특히 그는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돌보는 간호사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였던 2020년 6월, 이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된 93세 치매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두꺼운 방호복 차림으로 환자와 마주 앉아 화투패를 든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이 간호사는 "환자분이 고령에 치매가 있으셨는데 혼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시니까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어떻게 힘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환자분 짐에서 화투패를 발견했다"며 "혼자서 화투로 짝 맞추기를 하시던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서 환자분과 화투로 그림 맞추기를 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간호사는 침대 위에서 계속 바닥으로 내려오려는 환자가 혹여나 낙상 사고라도 당할까 봐 매트리스를 바닥으로 내려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휴대전화로 가족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게 도왔다.
이 간호사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환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늘 기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첫 환자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일도 겪어야 했다.
그는 "연세가 70세가 넘은 환자분이긴 했지만, 데이케어센터도 다니시고 거동도 가능하셨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시더니 열흘 만에 사망하셨다. 코로나19로 환자를 처음으로 떠나보낸 경험이라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아직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나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 간호대학원을 다니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학교 과제를 하면서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통해 이미 변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간호사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초기에는 환자랑 접촉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가 다른 직역의 업무까지 맡아서 일을 했었다"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간호사들이 많이 소진됐다.
중환자 경험이 없는 간호사가 갑자기 중환자실에 투입돼 현장 혼란도 많았다.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국민들이 '덕분에 챌린지'로 응원해준 것을 꼽았다.
이 간호사는 "국민분들이 간호사라는 직군이 많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셔서 감사했고 보람됐다"며 "코로나19로 그동안 정말 많은 분이 힘드셨는데, 그동안 모두 고생하셨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의료인으로서 앞으로 목표나 포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거창한 것은 없다"며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뭔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