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인은 뇌부종.
그러나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때 33세로 갑자기 요절한 액션스타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후 5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온갖 설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설적인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이소룡, 영어 이름 브루스 리)의 50주기를 앞두고 19일 그의 사인을 둘러싼 4가지 유력한 이론을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1940년 11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리샤오룽은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액션스타로 활약하다 1973년 7월 20일 '용쟁호투'의 개봉을 앞두고 홍콩에서 사망했다.
이어 "브루스 리가 사망했을 때 의사들은 공식 사인으로 뇌부종을 언급했지만 왜 그의 뇌에 과도하게 수분이 축적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의 사인으로 제시되는 대마초 흡입, 아스피린과 진통제(메프로바메이트)에 대한 과민반응, 열사병, 수분 과다 섭취 등 4가지 이론을 소개했다.
우선 사망 당시 리샤오룽의 위와 소장에서는 소량의 대마초가 발견됐다. 이에 일부 홍콩 의사들은 뇌부종이 대마초 흡입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믿었다.
리샤오룽은 사망 두달 전인 5월 10일 홍콩에서 영화 '용쟁호투'의 녹음 도중 쓰러져 중태에 빠졌고 뇌부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당시 대마초를 흡입했고 영화 스튜디오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이후 구토를 했고 다시 혼절하면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당시 그를 치료했던 신경외과의 피터 우는 대마초 흡입이 그의 뇌부종의 잠재적 요인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마초 흡입과 뇌부종 간 인과관계가 문서로 기록되지 않아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으로 남았다고 SCMP는 지적했다.
리샤오룽은 사망 직전 동료 여배우 베티 팅(丁珮)의 집에 있었고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그는 대마초를 흡입했고 팅은 그에게 아스피린과 메프로바메이트가 포함된 진통제 이쿠아제식을 건네줬다. 이를 먹고 누운 그는 그러나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당시 런던대 저명 병리학자 로버트 도널드 티어는 아스피린과 메프로바메이트에 대한 과민반응이 뇌부종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의견은 리샤오룽의 부검을 맡았던 홍콩 퀸엘리자베스 병원의 병리학자 레이 리처드 리세트에 의해 확증됐다.
그러나 대마초 설과 마찬가지로 아스피린과 메프로바메이트도 뇌부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져지지 않아 그것이 사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SCMP는 지적했다.
리샤오룽의 전기 '브루스 리: 어 라이프'(Bruce Lee: A Life)를 쓴 작가 매튜 폴리는 해당 책에서 열사병이 사인일 수 있다는 또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폴리는 리샤오룽이 죽기 두달 전 과로로 체중의 15%가 줄어 몸무게가 54㎏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겨드랑이에 땀이 차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겨드랑이 땀샘 제거 시술을 받은 탓에 열을 방출하는 신체 기능이 평소보다 낮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용쟁호투' 녹음 도중 쓰러졌던 날 영화사 녹음실은 소음을 없애기 위해 에어컨을 꺼놓았다.
당시 리샤오룽이 보인 고열, 쇠약, 구토, 혼절 등의 모든 증상이 열사병의 증상과 같다고 폴리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으로 이어진 두번째 혼절 역시 비슷한 환경에서 일어났을 수 있고, 그가 딩에게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 것은 과열 탓일 수 있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수분 과다 섭취 이론은 지난해 12월 '임상 신장 저널'(Clinical Kidney Journal)에 게재 논문에서 제기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 의대 연구진은 리샤오룽이 너무 많은 물을 마신 탓에 저나트륨혈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서 혈중 나트륨의 수치가 낮아졌고 물을 충분히 배출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물의 항상성 유지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리샤오룽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를 저나트륨혈증의 위험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알코올과 주스에 기반한 다이어트로 '만성 수분 섭취' 식단을 유지하고 있었고 갈증을 유발하는 대마초를 흡입한 데다 이미 과거에 신장이 손상된 바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브루스 리가 특정한 형태의 신장 기능 장애로 사망했다고 가정한다"며 "과도한 수분 섭취가 그만큼의 소변 배설로 이어지지 않으면 저나트륨혈증, 뇌부종, 몇시간 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 환자의 최대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저나트륨혈증은 빈번하며 건강한 젊은이라도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과도한 수분 섭취로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