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가을 카디건을 챙겨 다녀야 할 정도로 냉방을 하는 건 기후 위기 시대에 너무하지 않나요?"
서울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 지난 11일 강남역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 아래 손님 대여섯 명이 긴팔 카디건과 셔츠를 걸쳐 입은 채 앉아 있었다.
에어컨 온도계에는 '설정 온도'가 21도, '현재 온도'가 23도로 표시됐다.
중부 지방에 장마가 주춤하면서 불볕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식당과 카페 등 상점이 지나친 냉방을 하면서 냉방병에 대한 걱정과 함께 전력 낭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역 한 카페에서 공부 중이던 대학생 이모(23)씨는 "거리는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데 카페는 문을 열자마자 냉기가 느껴진다"며 "들어올 때는 시원해서 좋다가도 30분만 지나면 금세 추워져서 겉옷을 꺼내 입게 된다"고 말했다.
주로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는 프리랜서 최모(36)씨 역시 "카페에 올 때는 셔츠를 꼭 챙겨 다닌다"며 "가끔 너무 추워서 일부러 밖에 나가 몸을 덥히고 들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과도한 냉방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요즘은 실내 어딜 가나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하는 게 기본인 것 같다"며 "최근 폭우처럼 이상 기후 피해도 심각해 가뜩이나 걱정이 큰데, 에어컨을 심하게 틀어서 실내가 시원할수록 실외는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계속 움직이며 일을 하는 탓에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라지만 일부는 지나치게 낮은 온도 탓에 한여름에 긴팔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26)씨는 "춥다고 에어컨을 꺼달라는 손님도 있는 반 면에 '에어컨 온도를 더 낮게 해달라'는 손님도 있다"며 "그래도 보통은 손님들이 별로 없는 오전 시간대에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하는 것 같아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 차는 냉방병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냉방병은 가벼운 감기나 몸살에 걸렸을 때처럼 추위를 느끼게 하고 두통, 복통, 피로감 등을 동반한다.
김경우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짧고 얇은 옷을 입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 노출됐을 때 쉽게 체온이 떨어져 냉방병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실내 온도는 26∼28도 정도가 적당한데, 바깥 활동 후 체온이 올라간 상태에선 높은 온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를 때는 적당한 온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로 26도를 권장한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실내 적정온도 26도를 유지하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와 함께 사용하면 냉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상점이나 사무실 등에서도 과도한 냉방을 줄이고 냉방 시에는 문을 꼭 닫는 에너지 절약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