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수련과정으로 복귀하려는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치는 모양새다.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지(PA) 간호사 비율을 늘리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없는 병원'이 상시화할 것에 대비해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대형병원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마저도 점쳐진다.
◇ '박리다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전문의 중심'으로 재편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대거 사직한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시 수련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해 기회를 부여했지만, 전공의들은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의 의료차질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 비율을 늘려 수련의인 전공의 의존도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중등도(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 비율을 낮춰 의료전달체계 꼭대기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본래의 목적대로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와 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이 아닌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들까지 보면서 수익을 늘려가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수익을 만드는 구조로 가지 않도록 본래의 목적에 맞게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증도 분류 기준 개편 등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늘리고, 이들을 진료하는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 기준 개편을 같이 해야 한다"며 "가령 단순히 의료행위로 보면 중증이 아니라고 분류된 환자가 고령이라든지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중증으로 분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중증도에 대한 보안 작업을 먼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이 40∼50% 수준인데, 이를 3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시범사업을 통해 평균 60% 이상으로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 전공의 대신 PA 간호사…'수술보조→진료지원'으로 역할 확대
정부는 숙련된 인력인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해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만3천명 수준인 PA 간호사 숫자를 확대하고,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가 나간 많은 병원에서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팀을 이뤄서 업무를 재설계하면서 PA 간호사 숫자가 지난 5월께 1만1천명 수준에서 최근 1만3천명 수준으로 계속 늘어났다"며 "간호사들도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법적으로 보장 받으면서 숙련도를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을 통해 PA 간호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PA 간호사가 수술 보조만 하는 등 기능이나 역할이 제한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여러 가지 훈련과 교육을 통해 진료지원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A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이들의 지위를 우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여야가 발의한 '간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간호사는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역시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간호법안이 최우선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국회 논의를 지원할 것"이라며 "PA 간호사가 제도화되기 전이라도 병원들이 PA 간호사 훈련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통해 여건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