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과소비의 주범으로 꼽혀온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과잉진료' 제동에 나선다.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제공하는 '혼합진료'를 제한할 예정인데, 그간 의사들은 혼합진료 금지가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발해왔던 터라 추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의사들은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부터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중증 수술 등 1천여개 항목에 대한 '핀셋 보상'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 '비급여 과잉진료' 제한 추진…의료계 "환자 치료선택권 제한" 반발
비급여 공개제도를 개선해 항목별 단가는 물론 비급여 진료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비급여 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급여 진료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 환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다.
이를 통해 비급여 과잉 진료를 막는 한편,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치솟는 상황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7천129억원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3천213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정부는 의료비가 늘어난 배경에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혼용한 '혼합진료'가 있다고 보고, 혼합진료를 손질하기로 했다.
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 서비스이며,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우선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를 유도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함께 하는 등의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 행위는 제한한다.
급여 항목에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병행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료 청구를 막는 것이다.
중증이 아니어서 필요성이 크지 않은 데도 시행되는 비급여 진료를 막겠다는 것으로, 감기에 걸렸을 때 의학적 필요에 따라 링거를 추가로 맞거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행위 등을 모두 막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혼합진료 금지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 역시 박탈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료개혁 청사진이 공개된 초기부터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에 대해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비급여 진료의 필요 여부는 환자 개인에 따라 달라지고, 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외과 전문의는 "비급여 진료의 필요 여부를 가장 잘 아는 건 공급자인 의사"라며 "(혼합진료 여부는) 환자 상황에 따라 의료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원가 못 미치는 수가부터 올려야"…정부, 중증수술 등 1천여개 항목 '핀셋보상'
무엇보다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관리하는 것보다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가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한다.
비급여 진료가 횡행해진 근본적 원인인 수가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급여 진료에 대해 건보에서 지급하는 수가가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2년 진료과목 간 급여 진료 비용과 수익 자료에 따르면 원가 보전율은 내과 72%, 외과 84%, 산부인과 61%, 소아청소년과 79% 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현재 저수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그나마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왔는데,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의료기관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원가를 충분하게 보전하지 못한 수가 때문에 비급여 진료가 야기된 측면도 있다"며 "또 수가 얘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진료 행위에 대한 원가는 보전하는 수준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면서 비급여 과잉진료 제한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분석을 기반으로 수가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우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중증 수술 중에서 보상 수준이 낮은 1천여개의 항목을 선별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 추진단장은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비해 위험도, 난이도, 업무강도가 현저히 낮은 특정 비급여 진료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올려 보상체계를 왜곡하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는 수술과 처치 분야에서 우선 보상을 강화하는 '핀셋 보상'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