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약 10종 이상 먹는 노인들…더 큰 병 얻을수도"

  • 등록 2024.08.29 06: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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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복용 노인 295만명 분석…"10종 이상 다제복용 6개월 지속 땐 사망위험 2.6배"

 요즘 주변에서 많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 속에 여러 가지 질환을 함께 가진 노인의 수가 늘어난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하루에 5가지 이상이면 '다제복용', 10가지 이상이면 '과도한 다제복용'으로 각각 정의한다.

 물론 다제복용이라고 해서 다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중증 복합질환 환자에게 꼭 필요한 다제복용의 경우 '문제가 있는 다제복용'과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는 노년기에 하루 5가지 이상의 약물 복용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경우 입원과 응급실 방문,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공주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65∼84세 노인의 약물 복용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기간의 약물 다제복용이 부정적인 건강 결과를 초래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6∼2018년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90일 이상 약물 복용 그룹(295만5천755명)과 180일 이상 약물 복용 그룹(269만3천897명)으로 나눠 입원율, 응급실 방문율, 사망률을 각각 분석했다.

 이 결과 90일 이상 약물 처방 그룹 중 다제복용 비율과 과도한 다제복용 비율은 각각 37.8%(111만6천875명), 8.0%(23만6천998명)에 달했다.

 노인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이 한꺼번에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180일 이상 그룹에서도 다제복용과 과도한 다제복용 비율은 32.8%(88만2천555명), 5.1%(13만7천432명)로 비슷했다.

 다제복용 그룹(90일 이상, 180일 이상)의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 사망률은 각각 20.3%(20.5%), 10.8%(10.9%), 1%(1%)로 집계됐다.

약물 다제복용 노인의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 사망률(단위 1천명) [논문 발췌]

 연구팀은 180일 이상 다제복용을 지속한 노인 환자가 입원할 위험은 다제복용이 없었던 노인 환자 그룹에 견줘 1.32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응급실 방문과 사망 위험은 각각 1.32배, 1.63배였다.

 특히 180일 이상 10가지 이상의 과도한 다제복용이 지속된 노인 환자의 경우 이런 위험이 입원 1.85배, 응급실 방문 1.92배, 사망 2.57배까지 치솟았다.

 약물 다제복용의 건강 위해성은 외국에서도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연구에서는 노년기 약물의 수가 많을수록 파킨슨병 환자의 입원율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70세 이상의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 연구에서는 다제복용 환자와 과도한 다제복용 환자의 사망 위험이 다제복용이 아닌 그룹보다 각각 1.80배, 2.3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제복용과 과도한 다제복용이 모두 응급실 방문 후 입원 사망률, 응급실 재방문, 6개월 사망률 등의 건강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라는 이탈리아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의 약물 복용이 합병증과 무관하게 노인의 입원, 응급실 방문, 사망 위험을 상당히 높일 수 있는 만큼 환자와 의사 모두 다제약물 복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현재 먹는 약이 과도하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치의나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을 찾아 약물을 재검토하거나 다제 약물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가 다제복용을 기간과 관계없이 5가지 이상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한 것과 달리, 각각 90일과 180일을 초과하는 기간으로 정해 장기적인 부작용을 관찰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다제복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정책적인 개입과 함께 다제복용 그룹의 높은 사망률이 어떤 부작용 때문인지를 규명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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