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빠르게 회사 현장에 도입되면서, 이런 신기술이 자신의 업무 능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국에서 유달리 크다는 국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 역량이 뛰어나고 AI에 대한 친숙도가 높지만, 근로자 개개인은 AI가 일터에서 자신의 값어치를 낮출까 속앓이한다는 얘기다.
3일 AI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세정·신영규 연구원은 미국과 독일 등 서구권과 한국 10개국의 시민들을 설문한 조사 결과('SCOaPP-10'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업무와 관련해 디지털 기술의 내 숙련도가 충분한가?'란 항목에 대해서는 한국은 '매우 동의 또는 동의' 답변이 56.9%로 폴란드(56.4%)에 이어 10개국 중 가장 적었다.
숙련도에 대한 긍정 답변이 가장 많았던 곳은 영국과 노르웨이로 답변율이 각각 71.9%와 70.2%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디지털 숙련에 대한 한국인의 기준이 너무 높아 AI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분석했다.
생성 AI(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AI 서비스)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률 같은 지표를 보면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성적이 높다.
그러나 정작 개인은 자기 숙련도 평가에서 점수를 짜게 주고, 자연스레 'AI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 연구원 등은 "(AI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불안과 우려는 한국 사회를 오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게 만들 동력이 될 수 있다.
단 기술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몰입하는 분위기가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를 없애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AI 규제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AI 등 노동자를 대체하는 신기술이 기업의 수익을 높일 때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무(無)규제나 최소한의 규제가 맞다'는 답변율이 32.9%에 달해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규제 최소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던 국가는 독일로 22.7%였다. 반대로 이 답변이 가장 적었던 곳은 이탈리아(9.7%)와 영국(11.6%)이었다.
AI는 현재 분석, 글쓰기, 이미지 제작, 번역 등 지적 작업을 잘 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 도우미(어시스턴트)로서 큰 주목을 받는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외 AI 기업은 업무용 AI 서비스를 차기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