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천시 동구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40대 여성 A씨가 느닷없이 달려든 덤프트럭에 치였다.
119 구급대가 사고 현장에 비교적 일찍 도착했지만, A씨는 간 파열과 다발성 골절 등으로 심정지 상태였고 인천 권역외상센터로 급히 옮겨졌다.
미리 구급대원의 연락을 받고 대기하던 외상센터 의료진은 병원에 도착한 A씨를 곧바로 수술실로 옮겼다.
그는 3차례 큰 수술과 집중 치료를 받았고 기적처럼 퇴원했다.
인천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A씨가 사고 직후 곧장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제 스스로 걸어서 통원 치료를 받는 그는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며 의료진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칫 목숨을 잃을뻔한 A씨와 B양을 극적으로 살린 인천 권역외상센터는 2014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천대 길병원에 문을 열었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심하게 다친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외상 전용 치료 기관이다.
10년 전에는 전국에서 인천 한 곳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17곳으로 늘었다.
인천 권역외상센터는 개소 후 10년 동안 외상환자 3만298명을 치료했다. 이들 가운데 중증외상환자는 5천604명이었다.
중증외상환자는 센터 개소 첫해인 2014년 550명가량이었으나 해마다 꾸준히 늘어 올해는 8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철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24일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로 얼마나 빠르게 이송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증외상환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도 사고 직후 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곧장 이송되는 체계가 점차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상환자가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1층 소생 구역과 간이 수술실로 옮겨진다.
의료진의 조치와 검사가 끝나면 수술을 받고 집중치료실(중환자실)에서 회복한다.
현재 외상외과 전문의 21명과 전담 간호사 12명 등이 매일 24시간 교대로 인천 권역외상센터를 지키고 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잠시도 쉬지 않은 결과 10년 동안 인천 지역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도 크게 개선됐다.
이 수치는 외상으로 숨진 환자 가운데 적절한 시간 안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비율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인천 지역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2015년 27.4%였으나 2017년 16.75%, 2019년 13.1%, 2021년 10%로 꾸준히 감소했다.
또 인천 권역외상센터는 2019년부터 전문 의료진이 구급차에 탑승해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닥터카'도 운영하고 있다.
닥터카의 외형은 일반 구급차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구급대원이 아닌 외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직접 타고 사고 현장으로 가서 외상환자를 그 자리에서 처치하거나 병원 이송 중에도 치료할 수 있다.
길병원은 인천 권역외상센터 개소 10주년을 기념해 이날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심포지엄을 연다.
그동안 쌓은 인천권역외상센터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중증외상환자 치료법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김우경 길병원장은 "인천 권역외상센터와 소방 당국 등이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친 결과 인천 지역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10년 동안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산업단지와 섬이 많은 인천의 지리적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해 앞으로도 중증외상환자를 더 많이 살려내고 치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