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장류 소비는 10년 사이 두 자릿수 감소했으며 장류 산업의 성장세도 정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장류 업체들은 장류와 장류 활용 소스 수출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간장 섭취량은 2010년 2.66g에서 2020년 2.19g으로 1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된장 섭취량은 2.30g에서 1.45g으로 37% 줄었다. 고추장 섭취량은 2.29g에서 2.01g으로 12% 감소했다.
가정에서 장을 담그다가 공장 제조 장류를 사 먹는 시대를 지나 현재는 떡볶이 소스 등 제품을 간편하게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장류 자체의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장류 제조업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장류 제조업 국내 판매액은 2020년 기준 1조1천654억원으로 2012년 1조257억원에서 연평균 1.5% 증가했다.
식품 관련업의 국내 판매액이 2012년 43조5천561억원에서 2020년 60조4천293억원으로 연평균 4.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장류 제조업의 성장세는 느리다.
식품 관련업에서 장류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져 2∼4%밖에 되지 않는다.
2천개에 이르는 장류 사업체의 대부분은 연간 판매액이 1억원 정도로 영세하다.
장류 제조업은 제조 방식에 따라 재래(전통)식과 개량(공장)식으로 나뉘는데 재래식 장류 비중은 미미하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내 장 산업은 대기업 기준으로는 상당히 발전했다"면서 "문제는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장류 시장은 CJ제일제당, 샘표식품, 대상 등 대기업 3사에 집중돼 있다.
간장은 샘표식품이, 된장과 고추장은 CJ제일제당이 각각 시장을 선도한다.
대기업들은 내수가 부진한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의 장류와 장류 소스 수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추장 등 장류 수출은 몇 년 새 많이 늘었다.
장류 수출액은 2021년 1억300만달러로 2010년 3천900만달러에서 연평균 9.3%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발효식품이 주목받으면서 2020년과 2021년에는 장류 수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30% 넘게 늘었다.
미국 등지에서는 한국의 장류 가운데 특히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추장 수출액은 2021년 기준 5천300만달러로 전체 장류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해외 주요 언론도 근래 고추장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쿠킹'은 고추장 버거나 고추장 쿠키, 고추장 감자스튜, 고추장으로 양념한 닭구이 등의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추장은 김치처럼 우리말 명칭이 그대로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돼 'Gochujang'으로 표기한다.
장류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고추장은 예전에는 '코리안 칠리소스'라고 하다가 지금은 '고추장'이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면서 "고추장이 태국 스리라차(시라차) 소스처럼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핫소스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고추장의 농도를 묽게 하고 매운맛을 줄인 튜브형 테이블 소스 형태로 고추장으로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60개국에서 고추장, 된장, 쌈장 등 한식 장과 각종 양념장을 포함한 다양한 K-소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외식업체들에 K-소스 납품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통해 고추장이나 간장을 활용한 떡볶이 소스 등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한 K-소스 200종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