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이 제조해 쓴 플라스틱이 마찰과 빛 등 환경적 요인으로 분해돼 만들어진 아주 작은 입자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아직 국제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기준은 없지만, 통상 5㎜ 이하의 마이크로플라스틱에서부터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본다.
미세플라스틱이 주목받는 건 무엇보다 건강 위해성 우려 때문이다.
미 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호흡기계, 소화기계 또는 손상된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면 다양한 조직에 축적돼 장기적으로 비만, 염증,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유전자 변형, 생식독성, 발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혈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견줘 뇌졸중, 심장병, 조기사망 등의 위험이 4.5배 높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의학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한 후속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질병과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혈관 및 대사 변화를 부르는 동시에 내피 세포와 면역 세포에서 산화 스트레스, 혈소판 응집, 세포 노화,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미세플라스틱 노출은 심혈관질환 발생에 간과된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세플라스틱이 눈을 통해서도 침투할 수 있다는 보고가 국내에서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 연구팀은 국내 시판 중인 히알루론산 성분의 인공눈물 5개 제품(다회용 2개, 일회용 3개)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점안 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학술지(Contact lens & anterior eye) 최신 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5개 인공눈물 제품을 개봉한 후 처음 나오는 한 방울의 액체와 나머지 남은 액체의 미세플라스틱 수준을 측정했다.
이 결과 맨 첫 방울에서는 5개 중 4개 제품에서 30mL당 평균 0.5개의 비율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남아 있는 인공눈물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30mL당 평균 0.74개가 나왔다.
인공눈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최소 5㎛부터 최대 100㎛까지 다양했다. 형태도 불규칙한 조각(55%), 섬유(40%), 둥근 조각(5%) 등으로 일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공눈물을 통해 눈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안구 조직에 남아있을 뿐 아니라 결막 혈관이나 비강, 눈물샘 등의 경로로 전신에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된 10㎛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호흡기, 생식기관과 뇌를 관통해 1시간 이내에 몸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눈물을 넣는 플라스틱 용기가 열과 압력에 취약해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될 수 있는 만큼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눈물 제품의 마개를 거꾸로 딴 후 두 방울 이상을 버리고 쓸 것을 제안했다.
만약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많은 인공눈물 첫 방울을 1년 동안 점안할 경우 대략 73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노출될 수 있지만, 인공눈물 두 방울을 버리고 쓰면 이런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연간 204.4개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공눈물을 거꾸로 딴 후 처음 두 방울을 버리자 미세플라스틱 검출률이 30mL당 0.14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인공눈물의 절반을 버리고 난 후에는 5개 제품에서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
현재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보건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안전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식약처는 2021년에 마련한 '일회용 점안제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용기를 딸 때 생기는 파편 제거를 위해 처음 한두 방울은 버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도 이 기준에 따르면 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김동현 교수는 "한국에서 히알루론산 점안액을 처방받은 안구건조증 환자가 2021년 792만여명으로 5년 동안 6.7% 증가했다"면서 "치료 기간을 넘겨 인공눈물을 장기간 오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병원은 무분별한 처방을 삼가고, 환자는 올바른 사용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