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전공의 등 없이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의료계의 추가 합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협의체가 약속한 '성탄 선물'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개혁 과제와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날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과 의대 선발인원 등을 둘러싸고 의견 접근을 이어간다.
협의체는 지난 11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의료계 단체 중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한 가운데 일단 닻을 올렸다. 연말 전, 크리스마스 무렵에 국민에 '선물'과 같은 성과를 낸다는 걸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 등 의료계 단체의 추가 참여를 계속 요청하고 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참여의 요건으로 의료계 추가 참여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임현택 전 회장의 탄핵 후 의협의 임시 수장이 된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참여 조건을 곧 구성될 비대위에서 논의하겠다면서 그 과정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이 의협과 민주당의 협의체 참여에 줄줄이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협의체 성패도 좌우하게 된 셈인데, 전공의, 의대생들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 40개 의대 대표 등 270여 명이 모인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의대협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수차례 의대협 요구안에 대해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참여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여야의정 협의체가 "무의미"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 비대위에 참여해 종전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면 의협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능도 끝난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계속 요구하며 병원과 학교로의 복귀를 계속 미루긴 쉽지 않은 만큼 전공의, 의대생들이 의협 비대위를 통해 전면에 나서 해법을 모색할 경우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현재 상황으론 여야의정 협의체에선 의미 있는 결론이 나긴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는 다른 형태의 협의체가 만들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협의체에 환자단체 추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환자단체의 참여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협의체 참여를 요청한 적도 없고, 참여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며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의료개혁을 위해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면 환자단체만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