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일·가정 양립제도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자 중에선 제도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의 도입, 인식 및 활용 격차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기·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직 둥에 대한 노동자의 인지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사연의 '2022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어린 자녀를 둔 근로자가 1년간 주당 15∼35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남성 노동자의 30.8%, 여성의 37.7%만 제도를 인지하고 있었다.
가족이 질병, 사고, 노령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가족돌봄휴직 인지율도 남성 41.7%, 여성 42.2%로 절반 이하였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인지율도 남성 41.7%, 여성 53.0%에 그쳤다.
대체로 정부,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에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제도 인지율이 더 낮았다.
육아휴직, 출산 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등의 인지율은 70∼80%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기업 규모 등에 따른 격차는 역시 존재했다.
또 해당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업 내 활용 가능성을 물었더니 대체로 60∼70%만이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 역시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컸다.
가령 육아휴직의 경우 100인 이상 기업 여성 직원의 79.3%가 쓸 수 있다고 답했지만, 5인 미만 기업 여성 직원 중엔 68.4%만 활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조성호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이들 제도에 대해 인식하고 활용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대부분 중견·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노동자"라며 "구조적인 개선 없이 제도를 확대하면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