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후엔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다?

  • 등록 2024.11.18 10: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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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장, 노인 연령 기준 65세→75세로 상향 제안
'노인은 65세' 기준 근거 없지만 연금 수령 시기ㆍ정년과 연동돼

 우리나라에서 25년쯤 후엔 20대 이상의 이른바 '중추 인구' 1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부영그룹 회장인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지난달 21일 취임 일성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하면서 제시했던 근거인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다.

 이중근 회장은 "현재 노인 인구는 1천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천만명으로, 나머지 인구 3천만명 중 20세 이하 1천만명 외 남은 중추 인구 2천만명이 2천만 노인 인구 복지에 치중해 생산인구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2050년엔 '중추 인구' 5명이 노인 4명 부양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수치상 차이가 다소 있지만 대략적인 추세는 이중근 회장의 말이 맞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 20세 이상∼64세 이하 인구는 2천309만명, 65세 이상은 1천891만명으로 추산됐다.

 양측의 수치를 비교하면 이 회장이 언급한 중추 인구가 장래인구추계보다 309만명 적었고, 노인 인구는 109만명 더 많았다.

 장래인구추계로는 2050년에 중추 인구에 해당하는 20세 이상∼64세 이하 5명이 노인 인구 4명을 부양하는 셈이 된다.

 이 회장이 취임식에서 고령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림잡아 말한 수치임을 감안한다면 대체로 맞는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도의 발언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와 유엔(UN)의 '세계인구전망 2024' 자료를 비교ㆍ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는 2050년에 40.1%로, 전 세계 국가 또는 지역 가운데 홍콩(46.4%) 다음으로 높았다.

 홍콩이 중국의 특별행정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단위로는 한국이 고령인구 구성비가 가장 높은 셈이다. 게다가 고령인구 구성비가 40%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중근 회장의 제안대로 노인의 연령 기준을 75세로 올리면 2050년에 노인 인구는 1천153만명으로, 65세가 기준일 때보다 39% 줄어들게 된다.

 ◇ '65세가 노인' 기준 근거 없어…법·제도상 노인 연령 다양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의 연령 기준이 65세로 통용되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 관련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복지법'에는 노인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 통상 법조문 서두에 해당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정의하는데, '노인복지법'엔 '노인은 ○○다'라는 조항이 없다.

 대신 '노인학대 관련 범죄'를 정의하는 조항에 '보호자에 의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노인학대'라고 간접적으로 규정할 뿐이다.

 다른 법령에서도 노인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 규정이 없거나 있더라도 연령이 다르다. 예컨대 '고령자 고용법'의 정의 조항에서 고령자의 연령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선 해당 시행령에선 해당 기준을 '55세 이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도 정책마다 노인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2022)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인복지사업의 대상 연령 기준은 50세, 55세, 56세, 60세, 62세, 65세, 66세, 70세, 75세로 다양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의 경우도 왜 65세 이상이 노인으로 간주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1916년 독일에서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기존 70세에서 65세로 낮춘 뒤 각국에서도 65세를 은퇴 연령이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65세가 자연스럽게 노인 연령 기준으로 굳어진 정도다.

 유엔은 보고서에 따라 60세와 65세를 노인 연령 기준으로 쓰고 있다.

 ◇ 노인 연령 올리면 연금 등 복지 혜택 기준 조정 불가피

 65세가 노인 연령 기준이 돼야 할 특별한 이유나 근거가 없지만 연령을 추가로 올리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노인이 되면 생산활동에서 은퇴하고 사적이나 공적으로 부양을 받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65세가 노인 연령 기준이면 생산연령 인구의 상한선이 된다.

 즉, 통계청에서 통계를 낼 때 15세 이상∼64세 이하의 인구를 생산활동을 하는 인구로 셈한다.

 단순한 통계 기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65세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을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이고, 무임승차와 같은 경로우대 혜택과 각종 복지서비스를 받는 기준이 된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면 이런 제도적 혜택을 받는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특히 연금은 막대한 재정이 달린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가 1994년엔 254만명이었으나 28년 후인 2022년엔 898만명으로 늘었고, 이어 28년 후인 2050년엔 1천891만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와 복지의 발달로 수명도 늘고 있다.

 1994년 65세의 기대여명은 15.6년이었으나 2022년은 20.7년으로 늘었다. 기대여명은 해당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결론적으로 연금을 받는 노인의 수가 갈수록 많아질 뿐 아니라 이들이 연금을 받는 기간도 길어진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연금을 받는 시점도 늦춰져 연금 재정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성욱 호서대 부교수는 '노인 기준연령 변경의 정책효과 추정 연구'(2024)란 논문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재정 규모가 41조9천억원에서 25조1천억원으로 40%가량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 연금 수령 시기 늦춰지면 노인 빈곤화 심화 우려도

 물론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이 능사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9.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았다.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빈곤선) 이하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빈부격차가 큰 미국도 노인 빈곤율이 22.8%로 30%를 넘지 않았고,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10% 내외였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연령 기준 상향 조정으로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마저 박탈당하면 더 많은 노인이 가난에 시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성욱 부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65∼69세 노인이 연령 기준 상향 조정으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들의 빈곤율이 8.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김 부교수는 "기준 연령 변경이 전체 노인인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65∼69세 노인들의 빈곤 유입을 자극해 복지 지출 증가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기대한 재정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면서 복지제도를 개편할 때 저소득 노인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노인 연령 상향시 소득 절벽 고려해 정년 연장 검토 필요

 노인 연령 기준의 조정은 법적 정년과 연동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는 법적인 정년이 없다. 원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단,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통상 정년으로 간주할 뿐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022년 12월 소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나이는 82세였다.

 우리나라는 '고령자보호법'에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 사업장에서 60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정년을 놔두고 노인 연령 기준만 조정하면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소득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는 '소득 절벽'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중근 회장이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고 제안하면서 정년 연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 정년 연장은 청년 실업 문제와 겹치면서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2019년 대법원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의 기준을 종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한 것은 시사적이다.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이란 육체노동자가 일을 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나이의 상한을 의미한다.

 손해배상 시 피해자의 예상 수입을 이 가동연한으로 기준으로 산정한다.

 대법원이 이 가동연한을 65세로 연장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자가 65세까지 근로소득을 올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김태환 법학박사는 '우리나라의 고령자 고용 관련 법제 검토'(2022)란 논문에서 공적연금 수급연령과 퇴직 사이 시차가 발생하는 점, 대법원 판례에서 가동 연령을 65세로 보고 있는 점, OECD 주요국들의 정년이 67세 또는 70세 등으로 상향이 진행되는 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돼 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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