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상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한국의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천340만달러(약 190억원)로 전 세계 9위다.
이는 2016년 360만달러(약 50억원)에서 연평균 28% 성장한 수준이다.
우선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의 표적을 선정할 때 AI를 투입할 수 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은 유전자 발현 데이터,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등을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유망한 타깃을 식별할 수 있다고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설명했다.
의약품 디자인 과정에서는 AI가 화합물의 특성과 생물학적 활성을 예측해 후보물질 수천개 가운데 가장 유망한 물질을 도출한다. 예컨대 딥러닝 모델은 화합물의 구조와 활성을 예측해 약물-타깃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약품의 독성을 예측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최적의 용량을 설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임상 단계로 넘어가면 AI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에 적합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신속히 선별하고,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병력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를 계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상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필요한 경우 환자를 위해 임상 시험을 조정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유망한 후보물질을 더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국내 기업도 신약 개발에 AI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AI신약융합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은 31개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이 AI를 사용해 개발한 의약품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지난 9월 기준 총 9개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2015년 설립된 AI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는 최근 근감소증 등 근육질환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OC514'의 호주 임상 1상을 마쳤다.
온코크로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랩터 AI'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이나 이미 개발된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발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터노아바이오텍도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 중인 AI 기반 복합신약 'NDC-002'의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AI 활용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제하 보고서에서 "'AI 활용 신약 개발' 자체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며 "타깃 선정부터 후보물질 발굴, 임상 최적화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이 신약 개발에 AI를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AI 데이터 구축 및 인력 확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