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주치의 없는 대한민국

  • 등록 2025.04.29 13: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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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의 원인은 너무도 다양하다. 신체적 질병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대인은 실제로 신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피로에 더 많이 시달린다.

 소음이나 이웃과의 갈등 같은 주변 환경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나 자녀와의 불화, 상사로부터의 영업 실적 압박,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까운 사람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모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사상체질의학에서도 스트레스 감수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소음인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고 태음인은 스트레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동양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A형은 스트레스를 아주 심하게 느끼지만, B형은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체중과 스트레스의 관계에 대한 주장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 가운데 하나가 사람을 느긋한 성격으로 만든다고 한다.

 즉 뚱뚱한 사람이 깡마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약간 비만한 사람이 평균 체중이거나 마른 사람보다 수명이 긴 이유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처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필수적인 비타민을 고루 먹어야 한다.

 무기질도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무기질인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성격이 무척 신경질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작은 일에도 버럭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마그네슘이 충분하면 신경과 근육이 차분해져서 잠도 잘 잘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수면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후에 더 덧붙여 설명하겠다.

 또 평소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피하는 것도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글루텐 알레르기 반응 중에는 식중독, 두드러기, 천식 외에 정서적인 불안정 유발도 포함된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스트레스에 더 예민해지는 것이다.

 다만 음식 알레르기 증상이 스트레스로 발현되면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우므로 평소에 본인이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검사를 통해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준비해뒀음에도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트레스가 심하다 싶을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10∼15분 정도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깊고 느린 호흡 또한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머릿골 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이 깊은 호흡을 했을 때 활성화되기 때문에 그렇다. 복식호흡, 단전호흡, 명상호흡 등 여러 가지 호흡법이 있는데 그중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345 호흡법'이다.

 345 호흡법이란 3초간 숨을 들이쉬고 4초간 멈췄다가 5초간 내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하기 때문에 따라 하기 쉽다. 간단하고 쉬운 데 비해 이 호흡법이 가져오는 심적 안정감은 굉장하다.

 이외에도 스마트 밴드와 같은 의료용 전자기기로도 다양한 호흡법을 배울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정서적인 방법도 있다.

 친밀한 사람과 피부를 맞대고 스킨십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억지로 웃는 것도 좋다. 흔히 우리의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인디애나주 볼메모리얼 병원 연구팀은 15초 동안 그저 크게 웃기만 해도 엔도르핀과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쌓아두는 대신 적당히 표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다.

 필자가 꼭 덧붙이고 싶은 처방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하루에 1시간 만이라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난 생활을 해보라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SNS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면, 항상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시간만 나면 작은 스마트폰 화면만 보고 있다.

 심지어는 운전하거나 데이트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전혀 없다. 필자는 이런 생활 습관이 스트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SNS에 빠지다 보면 우울한 느낌이 들게 돼 있다.

 SNS 속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저 사람은 저렇게 재미있게 사는 데 나는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들 SNS에는 나쁜 것을 숨기고 좋은 것만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그러므로 되도록 SNS에 들이는 시간을 최소화해서 스트레스를 피하는 편이 좋다.

 ◇ 주치의 없는 대한민국

 사회적 건강에 대한 지표도 살펴봐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을 나타낸 지표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으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소득에 정비례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소득은 꽤 높은 데 비해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조금 낮거나 비슷한 나라보다도 삶의 질이 낮다.

 이건 뭘 뜻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건강을 이야기할 때 삶의 질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필자가 요즘 건강이나 삶의 질에 대해 강의하고 다니며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교육과 보건과 복지라는 것이다.

 경제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교육, 보건, 복지 이 세 가지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그렇게 돼야 바로 삶의 질이 높은 나라이고, 사람이 '웰빙'을 누릴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이나 관련 정책은 정치적으로 소외돼있다.

 독자 여러분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실제로 병에 걸린 건 아니지만 어디가 불편할 때 누구와 상의하는가?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검사받는 거 외에 누구한테 상담받을 수 있나? 아니, 누구와 상의해야 할까?

 물론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에는 환자가 의사와 상의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원칙대로라면 건강 문제는 자기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게다가 환자가 의사와 단순히 상담만 하는 경우는 의료보험 수가 책정에서 제외된다.

 쉽게 말해 필자가 여러분의 질문에 몇 시간씩 답변을 해드려도 보험에서 인정하는 의료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해 실시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제공한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서비스별 가격, 즉 수가를 정해 그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따라서 의사들이 돈을 벌려면 수가가 올라가는 각종 검사를 하거나 약을 처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가가 올라가지 않는다.

 대개의 환자에겐 약이나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의사가 진찰하고 판단해서 '댁에 가서 운동 잘하고 잘 드시면 낫습니다' 라고 말해주면 충분하다.

 그런데 필자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이 '뭐 저런 의사가 있어. 약도 안 주고 검사도 안 하고'라는 반응을 보인다. 진찰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약을 쓰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치료 행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의료보험 수가 책정 항목도 문제다. 만약 내가 병원을 개업해서 환자에게 30분간 조언해봐야 진료비를 거의 못 받는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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