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급이었는데 전국의 영업소가 1백 개 가까이 되어서 영업소장은 본사의 이사급과는 한두 계단 아래였다 따라서 영업소의 부장이 그룹 회장과 독대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한재호는 마음을 다져먹은 듯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박진일을 바라보았다 검게 탄 얼굴에 짧게 깎은 머리에는 흰머리가 섞여 있었다 두툼한 콧날과 짙은 눈썹을 가진 농부 같은 인상의 사내였다그래 내가 갑자기 보자고 해서 놀란 모양인데박진일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소 한 부장아닙니다 회장님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간 놀란 것이 아니었다 목포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줄곧 이유를 생각했지만 뾰족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그래 군에서 제대하고 난 지 3년째인가박 회장이 그렇게 묻자 한재호의 모든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 시절에 하나회에 들었었다 소령 때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하나회의 선배들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하지만 한재호는 예외였는데 그것은 그가 전방의 보병장교로 대부분의 군생활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중령으로 진급하고나서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회의 숙청이 끝났다고 했지만 그는 언제나 요직에서 밀려났고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결국 한재호는 중령으로 예편하게 되었고 친지의 소개로 대일통운 목포영업소 창고부장이 되었던 것이다네 2넌 8개월 되었습니다 회장님한재호가 박진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군에서도 우수한 장교였고 대일통운에서도 인사고과가 좋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언제나 자신이 있는 한재호였다군에 있을 적에 경력이 좋더군 모두 야전군으로 군시절을 보냈어박진일의 표정은 부드러웠으나 한재호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그는 인사권을 가진 자가 얼마나 이중성을 갖고 있는가를 알고 있었다 박 회장이 말을 이었다군인만큼 국가에 대해 적극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집단은 없어 따라서 직업군인 출신은 자기가 소속한 기업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갖고 봉사한다고 나는 믿고 있어 한 부장자네의 인사고과도 보았네 군시절과 마찬가지로 우수하더군 군 인사권자가 잘못 판단한 거야 하나회 같은 것은 덮어 줘도 되었어한 부장 난 자네가 자네 능력을 발휘해 볼 일을 찾아내었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일어난 일에 자네의 힘이 필요해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