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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겠지TV에 시선을 준 채로 한세웅이 물었다 쥬리가 주춤거리며 소파의 뒤쪽에 섰다 한세웅이 머리를 들자 그녀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저 사모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커피잔을 든 한세웅이 TV에 시선을 주었다 뉴스시간이어서 이내 문대섭의 얼굴이 비춰졌다 카메라를 향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는 중이었다 한세웅이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러 소리를 낮췄다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쥬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지금 회장님은 바쁘셔서 도무지 시간이 없으실텐데요김명화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은 몇 사람밖에 알지 못한다 테일러의 석방을 제1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납치범들은 북한의 예상치 못한 정변에 놀란 듯 지금까지 연락조차 없었다 단숨에 장일호를 제거하고 그의 일당들을 숙청하고 있는 강대산에게 기가 질리기도 했을 것이다걱정하지 말아 쥬리 곧 찾을테니까머리를 돌렸으나 쥬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모님을 꼭 구해내 주세요 영숙이의 어머니예요누구나 어머니가 될 수 있어 아내도 될 수 있고 쥬리한세웅이 들고 있던 리모콘을 내려놓고 바로 앉았다영숙이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나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구해내 와도 달라지는 건 없어 그 여자는 어머니나 아내의 역할에 관심이 없던 여자니까 영숙이의 어머니라고 특별히 주장할 것도 없을 것이고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 특히 내 아내는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지 그 여자는 이제 방해만 되는 여자야사랑하셨잖아요쥬리가 주눅이 든 표정으로 조그맣게 물었다 그녀는 소파의 가죽덮개를 손으로 움켜쥐고 서 있었다사랑 쥬리가 언젠가도 그렇게 물었던 게 기억이 나는군한세웅은 머리를 눕히고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그렇지 그렇지그의 시선이 그녀를 뚫고 건너편의 벽에 닿는 것처럼 보였다사랑했지 그 여자가 내 삶의 목표였지 그녀의 야망을 채울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혼잣말처럼 한세웅이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그래서 나는 그것을 이루었고 달리면서 보니까말을 그친 한세웅의 시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쥬리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이제는 아니야 내가 허상을 쫓은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 여자 하나만을 위해 내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버릴 순 없어쥬리 지금은 사랑을 말할 때가 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