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음성, 문자 통역 SW 개발'...청각장애인에 도움"

윤지현 대표, '소리로보는통로' 음성인식 기술

 "소리도 본다."

 오감(五感)의 하나인 청각(聽覺)으로 받아들이는 소리는 볼 수 없고 듣는 대상으로만 인식됐다.

 손동작으로 표현하는 언어인 수어(手語)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음식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이 내는 소리인 음성을 문자로 변환된 형태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소리를보는통로'는 음성인식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IT(정보기술) 소셜 스타트업이다.

 '소보로'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회사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에서 IT융합공학을 전공한 윤지현(26) 대표가 문자 통역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로 2017년 11월 세웠다.

 기술로 청각장애인이 겪는 소통의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 창립 당시의 모토였다.

 출범 이듬해인 2018년 5월 실시간 음성을 문자로 보여주는 PC·노트북 기반 서비스 '소보로'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 여러 제품을 연이어 내놓았다.

 윤 대표는 지난 1일 사무실이 있는 서울창업허브 성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자 통역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로 사용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청각장애인에 도움 주자는 생각이 창업으로

 윤 대표가 스타트업 창업 전선으로 뛰어든 것은 포스텍 3학년 때 수행했던 IT 과제가 계기로 작용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다룬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청각장애인들이 강의를 듣거나 회의할 때 실시간 자막으로 내용을 전달받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대학 졸업 직후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창업 이듬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깔아 주로 강의 등을 들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문자 통역 SW 'PC 소보로'를 개발해 공개했다.

 소리를보는통로가 내놓은 주력 상품은 이것 말고도 휴대성이 높은 태블릿PC를 이용하는 탭 시리즈가 있다.

 대화 및 수강 등 다양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라이트', 회의는 물론 고객 대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교육 현장에 특화된 '에듀'가 탭 시리즈를 이룬다.

 또 정확도가 높아야 하는 영상 자막 및 녹취록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검수 절차를 거친 스크립트(대본·원고) 완성본을 제공하는 '타이프엑스'(typeX)를 작년 8월 출시하는 등 비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올 9월 출시를 목표로 소보로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SW도 준비 중이다.

 ◇ "유익하다는 사용자 반응이 가장 큰 보람"

 음성을 AI 엔진이 문자로 변환해 시차 없이 보여주는 PC소보로는 출시되자마자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온 청각 장애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노트북만 있으면 청력을 잃은 사람도 음성으로 누군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언제 어디서나 즉석에서 파악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자신이 좀 더 어렸을 때, 학창 시절에 문자 통역 SW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때늦은 출시를 아쉬워하는 피드백(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그걸로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게 창업의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때 기쁨을 느낀다는 윤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로 도움을 받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또 다른 큰 보람으로 꼽았다.

 ◇ 음성인식 문자 변환 서비스 '백화제방'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 시장의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많은 꽃이 일제히 만발하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할 만하다.

 네이버, 구글 등 국내외 IT 거대 기업은 물론이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환경은 실시간 자막 서비스 분야에서 선두 주자라고 자부하는 소리를보는통로 입장에선 경쟁시장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제품보다 한층 성능이 개선된 SW를 계속해서 내놓아야 한다.

 윤 대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 시장에서 버텨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음성을 인식해 실시간 자막을 보여주는 성능이나 녹음 내용에 맞춰 자막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에디팅) 측면에서 소보로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 자신감의 밑바탕이다.

 윤 대표는 "우리는 사람의 검수가 필요하거나 녹취공증·영상 자막처럼 부가적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완결해 주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학교·단체 등 약 700곳 소보로 SW 사용

 소리를보는통로의 주된 수익원은 학교, 기관, 회사 등의 SW 구매 수요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 특수학교와 대학, 공공·민간 기관, 회사 등 약 700곳이 소보로 SW를 활용해 청각장애인의 소통 편의를 봐주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고용한 기업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원을 받아 구매한다.

 유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녹취공증이나 영상 자막은 점차 수입 창출 비중이 커지는 분야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작년 8억5천만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0억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보로 SW를 이용하는 비율에선 매출 기준으로 현재 청각장애인이 70%를 차지하지만, 비장애인의 사용도 늘고 있다고 한다.

 소리를보는통로는 문자 통역 과정에서 잡음을 제거해 인식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문자 통역에선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잡음이 많이 생기는 환경일수록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잡음 걸러주는 기술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음성 인식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녹음한 내용을 한결 편안하게 다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현재 소리를보는통로의 전체 팀원은 26명이고, 입사 예정자를 포함한 SW 개발 인력은 9명이다.

 차별화한 서비스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윤 대표는 기술보호 전략을 묻는 말에 "특허출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같이 연구하고 일할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리를보는통로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하려는 기술의 하나가 특수문자와 수식(數式) 분야다.

 지금은 말하는 대로 음성이 문자로 변환되는 구조여서 특수기호나 다양한 수식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윤 대표는 아직 미흡한 수식 관련 기능 개발을 연구과제의 하나로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국내 최대 문자통역 업체 도약 목표

 소리를보는통로의 직원 연령대는 20대에서 40대다.

 최연장자가 40대 초반이고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고 하니 올해 26살인 윤 대표는 어린 축에 속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젊은 CEO로서 겪어야 할 어려운 점이 있을 법한데도 "나이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문화라서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점점 IT 분야 인력의 처우가 좋아지면서 그걸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더 많은 매출과 투자를 유치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윤 대표가 국내 최대 온라인 스크립팅(문자통역) 서비스 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세워 끌어모은 투자금은 누적 기준으로 19억3천만원이다.

 최근에는 기술 중심 투자사인 블루포인트를 마지막으로 시리즈 A 단계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윤 대표는 장애인의 생활 편의와 접근성을 넓혀줄 수 있는 보조공학 SW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비장애인도 함께 쓸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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