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 서구형?…"한·일은 가파른 증가세, 미국은 정체"

세대·환경 따라 증가속도 차이…한국 8090세대, 위험도 5.8배 높아
미국 사는 한·일 여성은 미국인과 유사…유전보다 '생활 방식' 영향 커

 유방암은 더 이상 '서구형 암'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이 됐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발생률이 빠르게 치솟으며, 오히려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서구를 앞지르는 양상까지 보인다.

 그렇다면 왜 나라마다 유방암 발생 양상이 다른 것일까.

 최근 일본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한·미·일 여성의 유방암 발생 추이를 비교 분석해 미국예방종양학회(ASPO)가 발행하는 의학저널 '암 역학, 바이오마커 및 예방'(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에 발표한 논문은 이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일본(1985∼2019년), 한국(1993∼2017년), 미국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1988∼2017년), 미국 전역(1985∼2019년) 자료를 활용해 25∼84세 여성의 유방암 발생을 장기간 추적했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 여성은 전체적으로 유방암 발생률은 낮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가장 가팔랐다.

 연평균 변화율(APC)을 보면 한국은 5.3%, 일본은 3.8%에 달한 반면, 미국 백인 여성은 -0.06%로 사실상 변화가 없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흑인 여성도 0.2% 증가에 그쳤다.

 특히 미국 백인 여성은 2000년대 이후 유방암 발생률이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같은 기간 꾸준한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국가 간 차이를 넘어 '역학적 전환'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단서라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민 효과'다.

 일본계 미국 여성의 연간 증가율은 1.6%로 미국 백인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고,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여성도 2.8%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유전적 배경을 지닌 집단이라도 환경이 달라지면 유방암 위험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 한·일은 40대, 미국은 70대에 유방암 정점

 연령별 발생 양상도 뚜렷하게 갈렸다.

 한국과 일본 여성은 45∼49세 전후에서 유방암 발생이 정점을 찍은 뒤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미국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계속 증가해 70대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차이는 한때 '아시아형 유방암'과 '서구형 유방암'이라는 구분으로 설명되기도 했지만, 연구진은 이를 생물학적 차이보다는 '세대 효과'(cohort effect)로 분석했다.

 즉, 특정 세대가 겪은 환경과 생활 습관 변화가 누적되면서 겉으로는 나이에 따른 차이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세대 간 위험 요인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 80·90년대생 한국 여성, 유방암 위험 5.8배로 최고

 이번 연구의 핵심은 출생 코호트 분석에서 드러난다.

 한국과 일본 모두 1950년 이후 태어난 여성에서 유방암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최신 세대(1980∼1990년대생)에서 유방암 위험도가 과거 대비 최대 5.8배까지 치솟았다. 일본은 같은 조건에서 2.31배로 한국보다 낮았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률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세대가 공통으로 노출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그 배경으로 출산 연령의 지연, 출산 횟수 감소(저출산), 초경 연령의 감소, 비만 증가와 운동 부족, 서구화된 식습관(고지방·가공식품), 음주량 증가 등을 꼽았다.

이른바 '서구화된 생활양식'이 세대를 거치며 누적되면서 유방암 위험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 검진 증가 영향 있지만 평소 생활 습관이 위험 키워

 국가별 차이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요인이 바로 건강검진이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방촬영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돼 이미 높은 검진율(약 70%)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이후 국가검진이 본격화됐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유방암 증가가 건강검진 증가에 따른 발견 효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검진 참여율은 여전히 미국보다 낮은 수준인데도 발생률 증가 폭은 훨씬 크다. 이는 단순한 '발견 증가'가 아니라 실제 위험 자체가 상승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한원식 교수는 "한국 여성의 유방암은 아직 절대 발생률은 서구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르고, 특히 최근 출생 세대일수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출생 코호트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일본계 여성은 발생 패턴이 서구에 가까워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는 유방암 증가가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 습관과 환경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검진을 통해 유방암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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