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덮친 '한타바이러스'…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남미형은 치명률 40% 이상…사람 간 전파 드물지만 '완전 배제는 어려워'
국내서도 매년 수백명 환자 발생…'한국형 vs 남미형' 질병 양상 달라

 최근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Hantavirus)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전파 방식과 감염 구조를 이해하면 과도한 공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타바이러스 권위자인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는 이번 사태를 "감염은 육지에서, 발병은 선박에서 이뤄진 '시차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한타바이러스 유래는 한국…"한탄강에서 시작된 세계적 발견"

 이 한타바이러스의 출발점은 한국이다.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1976년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유행성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당시만 해도 유행성출혈열은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앗아간 정체불명의 괴질이었다.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공포만 증폭되던 상황에서, 그는 약 7년에 걸친 연구 끝에 병원체를 찾아냈다.

 이후 발견 장소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로 명명됐고,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 아형을 아우르는 '한타바이러스'라는 학문적 용어의 기원이 됐다. 초기에는 국제 학계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연구 성과의 가치를 입증했다.

 연구성과는 진단키트와 백신 개발로 이어졌으며, 제자인 송진원 교수가 새로운 한타바이러스를 잇따라 발굴하며 한국 의학의 위상을 더욱 끌어올렸다.

 ◇ 아시아 vs 남미…"신장 공격 vs 폐 공격, 완전히 다른 질병"

 한타바이러스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아시아·유럽에서는 주로 신장을 침범해 '신증후군출혈열'을 일으키지만, 미국과 남미에서는 폐를 공격해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이 많다. 유전자형도 약 60%만 일치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특히 남미에서 유행하는 한타바이러스의 아형인 '안데스(Andes) 바이러스'에 의한 폐증후군은 치명률이 4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송진원 교수는 "남미형 한타바이러스는 폐 손상이 급격하게 진행돼 아시아지역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며 "폐에 물이 차고 숨을 못 쉬게 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번 집단 감염의 가장 큰 단서도 남미 여행 이력에 쏠린다. 실제 일부 환자는 크루즈 탑승 전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크루즈선이 갖는 밀폐된 공간, 장시간 공동생활이라는 특수 환경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케임브리지대 감염병 역학자 샬럿 해머 교수는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UK SMC)와의 인터뷰에서 "한타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최대 8주에 달하기 때문에 남미 체류 중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 사람 간 감염 가능성…"드물지만 '완전히 0'은 아니다"

 한타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 간 전파 사례 보고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안데스형 바이러스에서는 제한적인 전파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이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송 교수는 "한타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쥐 배설물을 통한 감염병"이라면서도 "아르헨티나에서는 가족 간 전파 사례가 보고된 만큼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세사르 로페스-카마초 박사는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에 "이번 집단 감염의 의미는 어떤 바이러스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안데스 바이러스라면 단순 환경 노출을 넘어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래스고대 바이러스학자 벤자민 브레넌 박사는 "현재로서는 설치류 노출과 제한적인 사람 간 전파가 혼합된 경로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역학 조사와 실험실 분석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 한국은 백신 접종 가능…예방 핵심은 '쥐 배설물 접촉 차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남미 지역 환경에 국한된 사례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한탄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예방 백신이 상용화돼 있어 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전방 지역의 군인이나 주민은 보건소에서 저렴하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반면 남미·미국형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전 세계 일반 인구에 대한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는 선박 내 제한된 사례로, 외부 확산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매년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만큼 예방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선 야외 활동이나 농작업, 캠핑 등을 할 때는 음식물을 방치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해 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풀밭이나 창고, 농가 등 설치류가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서는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쥐 배설물이 의심되는 공간을 청소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른 상태에서 쓸거나 털어내면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어, 반드시 소독제를 먼저 뿌린 뒤 물걸레로 닦는 '습식 청소'를 해야 한다. 이때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필수다.

 송진원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쥐 배설물이 공기 중에 떠 있을 가능성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오랫동안 환기가 되지 않은 창고나 별장, 지하 공간에 들어갈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문과 창문을 먼저 열어 충분히 환기한 뒤 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송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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