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안 난다고 소방서 줄이느냐" 외상외과 교수의 '일침'

서울대병원 박찬용 교수 "비워둔 병동 '손실' 취급하는 게 현실"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계기로 국내 외상의료 시스템 살펴야"

  "불이 안 난다고 소방서를 줄이나요?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군대를 줄이나요? 왜 중증외상센터에만 '유지 비용'을 운운하며 효율을 따지는 건지 답답합니다."

 2일 박찬용(53)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외상응급외과 교수는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재난의료 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소문 고가 일부가 무너져 내린 지난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전화기가 울렸다.   119구급 상황실이다. '중증외상환자 몇 명까지 받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다급한 목소리에 박 교수는 재빨리 가용한 병상과 인력 상황을 계산했다.

 이렇게 이송된 서소문 붕괴 사고 부상자 1명이 현재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병원에서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의료진과 비워둔 병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비워둔' 수술실과 병상, 대기하는 의료진은 손실과 비효율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라고 박 교수는 전했다. 병원 경영 논리상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만성 적자 부서라는 게 작금의 외상센터라는 것이다.

 만성 적자와 비효율이라는 천덕꾸러기 취급에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업무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외상센터는 늘 인력난이다.

 이렇다 보니 박 교수는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2∼3일에 한 번꼴로 24시간 당직을 선다. 외과 전공의 일부가 외상외과에서 순환 근무하고 있지만, 전문의를 딴 후에 외상 분야에서 더 일해보겠다는 젊은 의사는 찾기 어렵다.

 박 교수는 "서울대병원조차 지난 5년간 외상외과를 하겠다는 펠로(임상강사)가 없어 교수들끼리 일한다"며 "계산해보니 작년에는 하루 업무시간 8시간 기준으로 450일을 일했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외상센터 업무상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의료진의 희생과 사명감으로 유지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불이 났는데 소방관이 집에서 전화를 받고 소방서로 이동해 출동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외상도 마찬가지다. 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위가 아닌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이유"라며 "단순히 수가를 올려주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어도 외상센터가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날은 비효율로 보이더라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단 한 번의 재난에서 생명을 지키는 게 외상 분야"라며 "소방서가 불이 나지 않는 날에도 유지돼야 하듯 외상 의료도 사고가 없는 날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외상센터와 같은 국내 재난의료체계 운영을 정비하고,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짚었다. 우리 사회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외상센터를 떠올리고 며칠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린다며 더 이상 고민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외상센터에 대한 투자와 보상을 '소모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한 재난의료체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외상외과를 정말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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