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폐에 2㎝ 넘는 덩어리 '간유리 결절'…절반은 폐암 위험

 

 #1. 김모(57·여)씨는 폐암 가족력 때문에 늘 '혹시나' 하는 걱정이 컸다. 더욱이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는 '간유리 결절' 소견을 받아 매년 정기적으로 저선량 폐CT 촬영을 해왔는데, 지난해에는 간유리 결절이 1년 전보다 크기가 더 커지고 흉막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뿌옇게 유리를 갈아서 뿌린 것 같은 모양(음영)의 덩어리가 폐 부위에서 관찰됐는데, 이게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치의는 폐결절·간유리 음영에 대한 치료지침이 수술보다 관찰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결절이 흉막에 근접해 있어 수술하는 게 좋겠다는 소견을 냈다.

  이에 김씨는 덩어리가 생긴 폐의 일부분만 떼어내는 '흉강경폐구역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이 결절은 병리조직검사에서 폐암으로 최종 진단됐다.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 김씨는 현재 정기적으로 예후를 추적관찰 중이다.

김모(57·여)씨의 흉부CT검사 이미지. 수술하기 1년 전 흉부CT검사에서 발견됐던 콩알 크기의 간유리 음영(왼쪽 사진 화살표 표시)이 1년 후 검사에서는 크기가 8㎜(오른쪽 사진 화살표)로 커졌고 흉막에 더 근접해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2. 정모(57·남)씨는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폐에 1.5㎝ 크기의 간유리 결절 진단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는 정씨의 치료를 위해 폐암과 관련된 여러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협진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 참여한 전문의들은 여러 장의 흉부CT 이미지를 검토한 결과, 간유리 결절이 폐 깊숙이 있어 전이 위험이 낮긴 하지만, 측면 사진에서는 폐엽과 폐엽 사이 틈새(폐엽간열)에 접한 것으로 나타나 수술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씨는 앞선 김씨처럼 흉강경폐구역절제술을 받은 뒤 예후를 관찰 중이다. 정씨에게서 떼어낸 결절은 병리조직검사 결과 폐암으로 확진됐다.

정모(57·남)씨의 흉부CT검사 이미지. 간유리음영이 폐 깊숙이 위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측면 사진(오른쪽)에서는 폐엽과 폐엽 사이 틈새(폐엽간열) 흉막에 접한 간유리 음영(화살표 표시)이 관찰된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률 1위의 암이다.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암종별 사망률을 보면, 폐암 35.1명, 간암 20.9명, 대장암 17.1명, 위암 15.7명 등 순이었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10명 중 7∼8명은 이미 진행된 상태로 발견돼 치료가 매우 힘들고 치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 '간유리 결절' 크기 2㎝ 이상이면 절반은 폐암 가능성

 건강검진을 받은 뒤 폐에 간유리 결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흉부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간유리 결절은 흉부CT 검사에서 폐 꽈리에 뿌옇게 유리를 갈아서 뿌린 것 같은 음영 덩어리가 국소적으로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폐결절이란 3㎝ 이하의 덩어리를 의미하는데, 이런 형태의 폐결절을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폐결절은 결절의 내부가 진한 고형 결절이지만, 간유리 결절은 내부가 흐리고 뿌연 게 특징이다.

 폐의 염증으로 인한 섬유화 현상이 일어나면 간유리 결절이 생기는데, 문제는 전암성 병변과 초기 폐암도 간유리 결절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간유리 결절의 약 50% 정도는 서서히 폐암으로 진전되거나 폐암 전단계 병변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게는 50% 정도의 환자는 첫 3개월 동안 없어지거나 작아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는 염증성 병변인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3개월 이상 지속하면 폐암 관련 전문의(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와 상의하면서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크기가 완두콩(직경 5㎜ 이하)보다 작으면 6개월 내지 1년 간격으로 저선량 흉부CT를 찍으면서 정밀 관찰이 필요하다.

 크기가 1㎝보다 커지거나 결절 내 고형성분이 새롭게 생기거나 커지면 2차 정밀검사(정밀흉부CT, PET-CT 등)를 시행한다. 결절의 암 가능성을 평가한 후 암 가능성이 높다면 수술 등의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특히 폐결절이 작더라도 흉막 가까이 있거나 고형성분이 새롭게 생기면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부분의 폐암 수술은 초기라도 한쪽 폐의 절반 가까이 떼어내는 폐엽 절제술과 폐 주변과 종격동의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종격동 림프절 청소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간유리 음영을 보이는 폐암은 기존의 여러 연구를 통해 수술 후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폐엽 절제술보다는 폐의 일부분만 떼어내는 폐구역절제술이나 폐쐐기 절제술을 적용한다. 경우에 따라 림프절 청소술을 생략하기도 해 수술 후 회복이 빠른 편이다.

폐암환자 수술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 주로 비흡연 여성에게 발생…결절 크기 커지면 조기에 수술해야

 폐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간유리 결절의 대부분은 폐암 1기에 해당한다. 조기에 수술하면 재발 우려가 매우 적고, 폐 절제 범위가 작아 수술 후 환자가 일상생활에 빨리 적응하게 된다.

  이런 간유리 결절은 주로 비흡연자인 여성에게 생기지만, 흡연에 상관없이 남성에게도 발생한다.

 간유리 결절이 커지거나 결절 내 고형성분이 새롭게 생기거나 커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3년 정도 관찰하면서 치료 시기를 정하게 된다.

 조기 폐암 관리지침에서는 수술 치료보다는 정기적인 관찰을 권고하지만, 크기가 1㎝ 이하라도 크기가 커지거나, 고형 성분이 새롭게 생기고, 폐표면 흉막이나 폐엽 틈새에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 치료가 권장된다. 왜냐면 크기가 작아도 흉막을 뚫고 나와 흉강으로 퍼지면 폐암 4기가 될 수 있어서다.

 5㎜ 결절 크기에서 10∼20㎜ 정도로 커지는 데 통상 5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에 따라, 즉 종양의 악성도(종양세포가 활발히 세포 분열해 커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절로 진단되면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흡연으로 결절 내 세포들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결절이 커지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다.

 추적관찰도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CT검사를 받으면서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간유리 결절이 폐암 전단계 병변이기는 하지만 3년 이상 크기가 변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문석환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폐암센터장)

 ◇ 문석환 교수는 198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폐암 및 식도암의 흉강경 수술 권위자로, 전이성 폐암, 종격동 종양, 소아종양이 전문이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이자 암병원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석면 노출로 흉막과 늑막에 발생하는 암인 '악성 중피종 클리닉'을 개설해 난치성 희귀암 환자 치료에도 앞장서고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전국 곳곳 병원서 '주 1회 휴진'…정부는 "의료개혁 완수"
전국 곳곳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주요 대학 병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휴진)'에 돌입한다. 이달 말 의대 모집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의대 교수들이 사직과 휴진으로 대정부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2천명 증원에서 물러섰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는 의료계가 협상에 응해야 할 때라고 맞서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대학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전날 총회에서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진료, 수술에 있어 재조정 될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 매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치', 연 4회 투여로 편의성 높아"
백유상 고대 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 22일 "손발바닥 농포증은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스카이리치는 연 4회 투여하면 돼 편의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날 세계적 제약사 애브비의 한국 법인 한국애브비가 서울 강남 안다즈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는 애브비가 개발한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손발바닥 농포증 등 건선성 질환을 포함한 4개 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 제제다. 유지요법 기준 12주 간격으로 연간 총 4회 투여하면 되는데, 이는 현재 국내에 허가된 이 계열 생물학 제제 중 최대 투약 간격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애브비는 중등도~중증 손발바닥 농포증 성인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이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면서,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편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발가락이나 손발바닥에 발진, 물집, 붉은 반점과 함께 노란색 농이 찬 무균성 고름이 나타나며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발병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