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수진(23)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편의점에 들러 '제로 칼로리'(0㎉) 탄산음료를 구매합니다.
한씨의 '제로 탄산 사랑'은 다이어트 중 당 섭취를 줄이려고 마신 뒤부터 계속됐는데요.
그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데다가 설탕이 들어간 기존 탄산음료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더욱 제로 칼로리 음료를 찾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설탕, 제로 칼로리 음료들.
음료 업계에선 코카콜라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보성홍차아이스티 제로, 진로토닉워터 제로 등 칼로리와 당을 '제로' 수준으로 내린 '제로 열풍'이 거셉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집콕' 생활로 체중 증가를 고민하며 관련 소비가 늘자 기업들은 앞다퉈 '제로 칼로리'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요.
음료를 넘어 최근 롯데제과가 제품에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넣는 '제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등 이런 흐름은 각종 식품으로 번졌습니다.
이들 제품에는 같은 양으로 설탕의 수백 배 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가 포함돼 기존 제품보다 칼로리와 당이 낮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보면 식품 100㎖당 열량이 4㎉ 미만이거나, 1회 제공량당 5㎉ 미만이면 '제로 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는데요.
식약처는 인공감미료의 '몸무게 당 일일 섭취 허용량'을 아스파탐은 40㎎/㎏, 수크랄로스는 15㎎/㎏, 사카린은 5㎎/㎏ 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는 칼로리가 거의 혹은 전혀 없으며 적정량을 섭취하면 일반적으로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로 식품'에 포함되는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상황.
전문가들은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제로' 식품들이 오히려 체중과 혈당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한 연구를 보면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 위험이 대략 70%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다"며 "체중 감량이라든지 당뇨 예방에 궁극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당뇨 발생에 가장 중요한 게 인슐린 저항성"이라며 "인공감미료 중 수크랄로스 등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는 미국 연구 결과도 있어 칼로리가 낮다고 해서 당뇨나 혈당에 긍정적인 부분만 있느냐란 부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과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연구원들이 진행한 한 연구에선 장내 미생물이 인공감미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유해균이 증식해 우리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장내 유해균이 늘어나 비만이나 당뇨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체질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박민선 교수는 "인공감미료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익균이 감소하고 감염을 일으키는 균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며 "면역력의 70%는 장내 미생물이 관여하므로 이에 영향을 미치면서 체력을 저하하고 당이나 혈압 등 만성 질환 위험을 더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정현 서울대병원 임상 영양사는 "결과적으로는 (인공감미료가 든 식품이) 우리 식습관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건강한 식습관, 헬스 다이어트로 갈 수 있는 균형된 식습관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