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실명 환자, 대뇌 시각피질 전기자극 후 일부 시력 회복"

스페인 연구팀 "완전 실명 65세 남성, 3년 만에 빛·움직임·글자 감지"

 

시신경 손상으로 3년간 완전 실명 상태로 지낸 환자가 대뇌 시각피질에 미세 전기자극을 가한 후 빛을 감지하고 물체 모양과 글자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 시력을 부분 회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스페인 엘체 미겔 에르난데스 대학(UMH)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 호베르 교수팀은 4일 과학 저널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스(Brain Communications)에서 시신경 손상으로 완전히 실명한 남성(65)이 시각피질 전기자극 임상시험 후 일부 시각이 회복돼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환자는 시각 회복으로 빛과 움직임을 인지하고 큰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이 연구 결과는 단일 사례지만 향후 시신경 손상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팀이 망막 또는 시신경 손상 환자의 시각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시각을 회복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고 사용 가능한 장치는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뇌를 직접 자극해 인공 시각 지각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뇌에 삽입하는 시각피질 자극 장치를 제작, 안전성과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실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하나인 남성에게 뇌 시각피질에 100개의 미세전극이 배열된 자극 장치를 이식하고, 전기 자극 패턴을 가해 인공 시각 지각을 유도했다.

이 환자는 2018년 말 오른쪽 눈에 시신경 병증이 오고 6주 뒤 왼쪽 눈에도 같은 질환이 발생해 시신경이 손상됐으며, 3년 전부터는 완전 실명 상태가 됐다.

이 환자는 자극 장치 이식 이틀 뒤 시스템을 보정하기 위해 시각피질 자극을 시작한 단계에서 눈앞에서 빛과 움직임이 보인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후 수개월간 환자에게 하루 30분 이상 빛 지각, 공간 위치 파악, 움직임 감지, 물체·도형·문자·숫자 탐색 등 시각 훈련을 지속했다.

그 결과 이 환자는 전체적으로 시력과 자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빛과 움직임 감지는 물론 글자를 식별할 수 있었고, 물건을 잡을 때 협응력이 향상됐으며, 일상생활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 환자의 시각 회복과 개선은 시각피질에 이식한 자극 장치를 외과적으로 제거한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란차 알파로 사에스 박사는 "환자는 앞 사람의 팔 움직임을 정확히 묘사하고 주변 사람들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중증 시신경 손상 환자에서 시력 회복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회복이 관찰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환자의 시각 회복이 시각 신경회로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졌는지, 최적의 자극 변수는 무엇인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호베르 교수는 "사람들의 뇌는 서로 다르고, 자극에 대한 반응도 질병 유형, 실명 기간, 잔존 시력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런 시각 회복이 다른 실명 환자에서 재현될 수 있는지는 향후 연구에서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발견은 중증 시각 경로 손상이 있는 사람들의 시각 재활, 나아가 다른 유형의 뇌 손상에 대한 비침습적 전기자극 기법 등 새로운 치료법 모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Brain Communications, Eduardo Fernandez et al., 'The unexpected sight: improvement of visual function following intracortical microstimulation of the human occipital cortex', https://doi.org/10.1093/braincomms/fcaf504

 

장익상 선임기자(iksang.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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