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많은 동네일수록 고혈압 유병률 높았다

국립암센터, 전국 250개 지역 분석…국내 편의점 밀도 1천명당 1.12개
"편의점 1곳 늘면 고혈압 유병률 0.97%↑…저염도시락 등 늘려야"

 편의점은 이제 단순히 간식을 사는 곳이 아니다. 아침을 대신하는 삼각김밥과 도시락, 야근 뒤 컵라면, 늦은 밤 맥주와 안주까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건강에는 되레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가 사는 동네의 편의점이 얼마나 많은지가 지역 주민의 고혈압 유병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공중보건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전국 250개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편의점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밀도는 주민 1천명당 편의점 수로 계산했으며, 연령과 성별, 소득,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도 함께 보정했다.

 분석 대상 지역의 평균 편의점 밀도는 주민 1천명당 1.12개였다. 평균 비만 유병률은 30.98%, 고혈압 유병률은 22.76%였다.

 처음 분석에서는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비만과 고혈압 유병률이 모두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팀이 주변 지역과 비슷한 생활환경과 인구학적 특성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반영해 다시 분석한 결과, 비만과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사라졌지만 고혈압과의 연관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주민 1천명당 편의점이 1곳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의 고혈압 유병률이 평균 0.968%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별 편의점 밀도 및 만성질환 유병률 분포. (A) 편의점 밀도, (B) 비만 유병률, (C) 고혈압 유병률 [논문 발췌]

 연구팀은 고혈압이 편의점 식품의 특성과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즉석식품과 가공식품은 대체로 나트륨과 열량, 당분 함량이 높은 반면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술과 담배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 혈압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만은 식습관뿐 아니라 운동량, 사회경제적 수준,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오랜 기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편의점 밀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확산, 외식 문화 변화로 간편식과 즉석식품 소비가 꾸준히 늘면서 편의점은 이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생활 인프라가 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편의점은 2019년 4만3천975곳에서 2022년 5만7천617곳으로 3년 만에 31%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점 밀도를 가진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개인의 생활 습관뿐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의 식품환경'이 만성질환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편의점이 고혈압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정 시점의 지역 자료를 비교한 단면 연구인 데다 개인이 실제로 편의점을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어떤 음식을 구입해 섭취했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 또 지역 단위 분석이어서 개인의 위험도를 직접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건강한 식품보다 가공식품과 고나트륨 식품을 쉽게 접하는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면 지역 주민의 건강 수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병미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편의점에서도 저염 도시락 등 건강한 간편식의 선택지를 확대하고, 소비자가 영양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기보다 건강한 식품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식품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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