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줄었는데 내분비 진료는 급증…'저출생의 역설'

6년 새 성조숙증 94%·비만 54%·소아 당뇨병 30% 증가
5~9세 성조숙증 남아 5.5배 급증…"진료 공백 없도록 대비해야"

 저출생 여파로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인구는 줄고 있지만, 당뇨병과 비만, 성조숙증 등 대표적인 소아 내분비질환의 진료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조숙증의 경우 그동안 여자아이에게 많은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남자아이에게서 빠른 증가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세한대 간호학과 김현주 교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동 연구팀은 2017∼2023년 건강보험 심사청구 자료를 이용해 0∼19 세 소아·청소년의 당뇨병, 비만, 성조숙증 진료 추이를 분석했다.

 가장 큰 증가세는 성조숙증에서 관찰됐다. 환자 수는 같은 기간 10만6천238명에서 20만6천251명으로 94.1% 늘어 거의 두 배가 됐다.

 성조숙증 전체 환자는 여전히 여아가 훨씬 많았지만, 증가 속도는 남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이 기간 남아 환자는 1만113명에서 4만1천177명으로 307.2% 증가했지만, 여아는 9만6천125명에서 16만5천74명으로 71.7%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환자 중 남아 비중도 9.5%에서 약 20%로 커졌다.

 특히 5∼9세 남아는 같은 기간 3천443명에서 1만9천69명으로 5.5배나 증가했다. 인구 감소를 감안한 건강보험 청구자료 기준 5∼9세 남아의 연간 유병률도 0.29%에서 1.88%로 6.5배 높아졌다.

 성조숙증은 코로나19 유행 전후를 나눠 분석했을 때 2020년에 환자 규모가 유의하게 한 단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후 증가 속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계속 더 빨라졌다고 볼 통계적 근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당시 체중 증가와 신체활동 감소, 스크린 이용 시간 증가,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사춘기 시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신체 변화를 더 빨리 알아차려 의료기관을 찾았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코로나19가 성조숙증 증가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선을 그었다.

 비만은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1년 7천58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천468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소아 당뇨병은 연구 기간 전체에 걸쳐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질환 증가세는 의료비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세 질환의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는 2017년 약 8억3천600만원에서 2023년 약 13억2천100만원으로 58.0% 증가했다. 특히 성조숙증 진료비는 약 4천927만원에서 1억524만원으로 113.6% 늘었다.

 이번 분석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주진단' 청구액만을 집계한 수치로, 비급여 치료비나 부진단 진료비를 포함하면 실제 학부모와 사회가 부담하는 의료비 현장 체감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저출생 시대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저출생으로 소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국내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가 낮은 수익성 등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당뇨병과 성조숙증 등 지속적인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한 내분비질환의 진료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 수의 감소가 곧 소아 의료의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 셈이다.

 김현주 교수는 "소아기에 시작된 내분비 질환은 성인기 심혈관·대사질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진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소아 진료자원과 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료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커질 경우 향후 소아 내분비 진료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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