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정신질환, 심혈관질환 위험 신호 될 수 있다"

美 연구팀 "남녀 모두 알코올 사용 장애가 가장 중요한 예측인자"

 큰 사고나 심각한 질병, 부상,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같은 외상 사건 후 생긴 정신질환이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제니퍼 A. 섬너 교수팀은 4일 미국심장협회지(JAHA)에서 덴마크 국가 보건 등록자료를 분석, 외상 후 발생한 정신질환과 주요 심장·뇌혈관 사건(MACCE) 사이에서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섬너 박사는 "충격적인 경험 이후 일부 사람들은 감정에 대처하고 감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술에 의존할 수 있다"며 "이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 발전할 수 있고, 그 결과 심각한 심장·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나 신체적 폭행,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등 외상 사건은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상 후 정신 병리는 이후 심혈관질환을 연결하는 중요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외상 후 다양한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외상 후 정신병리와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대부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995~2018년 덴마크 주민 가운데 외상을 경험한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외상 경험 당시 이미 주요 심장·뇌혈관 사건을 겪은 사람을 제외하고 이후의 정신질환 및 주요 심장·심혈관 사건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1995~2019년 사이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관상동맥 혈관재개통술, 심혈관질환 사망을 경험한 사람은 4만3천994명이었고, 외상 이후 이런 사건이 없었던 17만5천872명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남성이 11만3천888명, 여성 10만5천978명이었다.

"외상 후 정신질환, 심혈관질환 위험 신호 될 수 있다"

 남녀 따로 나눠 기계학습으로 주요 심장·뇌혈관 사건과 관련성이 큰 정신질환 15개씩을 추려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에서 심장·뇌혈관 사건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신질환 예측인자는 알코올 사용 장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에서는 알코올 사용 장애가 심혈관질환 발생 예측에 기여한 정도가 두 번째 예측인자인 우울 증상보다 약 10배 컸고, 여성에서도 알코올 사용 장애가 가장 중요한 예측인자였지만 우울 증상의 비중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실제 알코올 사용 장애 진단 비율도 심장·뇌혈관 사건을 경험한 남성은 9.4%로 대조군(5.3%)보다 높았고, 여성도 3.5%로 대조군(1.7%)보다 높았다. 여성에서는 우울장애가 가장 흔한 진단으로 심장·심혈관 사건 경험군 5.5%, 대조군 3.8%였다.

 알코올 사용 장애 외에도 우울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스트레스 관련 장애, 뇌 손상이나 신체질환에 따른 정신장애, 성격장애, 조현병,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등이 심장·심혈관 사건에 대한 중요한 예측인자로 꼽혔다.

 연구팀은 알코올 사용 장애가 중요한 정신질환 예측인자지만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 연구는 외상 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살필 때 PTSD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정신질환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결과를 정신질환이 심혈관질환을 직접 일으킨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확인된 정신질환들은 인과적인 위험인자가 아니라 '위험표지자'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섬너 교수는 "앞으로 외상 후 정신질환 치료·관리가 심혈관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외상으로 인한 다양한 정신질환을 인식하고 치료하는 게 장기적으로 정신건강과 심혈관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Jennifer A. Sumner et al., 'Post-traumatic Psychopathology and Cardiovascular Risk: A Danish Case–Control Study of Sex-Specific Associ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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