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쪽만 낙태죄 처벌 받나요?" 여성 옥죄는 책임의 굴레

2020.11.06 07:53:23

 '낙태죄 전면폐지'를 촉구한 국민동의청원.

 법률에서 '모성'·'낙태' 대신 '여성'·'임신 중단 혹은 임신 중지' 용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 이 청원은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소관 상임위에 회부됐습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66년간 이어져 온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낙태 행위가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임신 25주 이후 이뤄지는 낙태는 아직 형사 처벌 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여성은 여전히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

 낙태가 죄가 된다면 임신을 통해 낙태에 이르게 한 상대방 역시 죄인일 텐데, 개정안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현행 형법상 낙태와 관련해 남성을 벌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낙태죄 위헌소송 대리인을 맡았던 김수정 변호사는 "모든 죄는 공범이 있을 수 있으니 낙태에 동의해 (병원에) 같이 갔다고 하면 방조범으로 처벌은 가능하다"며 "그런데 현실에서 대부분 여성이 처벌되지, 남성이 처벌받은 예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아이 낳으면 독박육아, 아이 지우면 독박처벌"

 일부 누리꾼은 임신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여성에게만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 중 2위로 '강력한 남성 책임법 도입'(20.7%)이 꼽힐 만큼 쌍방의 균등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큰데요.

 이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립니다.

 낙태죄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남녀 모두 벌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 정부안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현행법상 낙태 처벌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강월구 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애초 여성에 낙태죄가 적용되지 않아야 하고, 상대 남성 징벌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낙태를 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관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송혜정 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는 "임신 책임은 당사자 둘 다 지는 게 당연한 만큼 여성만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드시 남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 문제는 이른바 '스텔싱'(Stealthing) 논란으로 이어집니다. 성관계 중 몰래 콘돔을 제거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스텔싱'은 여성을 임신 가능성과 성병 감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데요. 이를 성범죄로 보고 엄격히 단죄하기도 하는 서구와는 달리 우리는 아직 해당 규정이 없습니다.

 오선희 변호사는 "유럽 같은 곳에서는 입법 논의도 있고 처벌 규정도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비동의간음죄'도 없는 국내 상황에서 '스텔싱'이 도입될 수 있을지 고민은 있다"며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이 먼저 임신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상황에서 상대편이 모르쇠로 나오거나 잠적하는 경우 관련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 낙태죄의 무게가 차이 나고 한쪽에게만 법의 철퇴가 무겁게 가해진다면 이제 어떤 방향이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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