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서는 가자미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울산의 명물로 꼽히는 가자미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 울산 동구 방어동에 위치한 울산수협방어진위판장에서는 바닥에 가득 찬 생선 궤짝을 두고 경매가 한창이었다.
며칠 만에 잡힌 가자미가 경매에 올랐지만, 물량은 예년의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방어진 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잡힌 가자미 어획량은 951t.
전년 같은 기간(1천455t)보다 30%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실제로 이날 경매장에서 만난 한 생선 도매상은 "최근 가자미 물량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오늘은 좀 있는 편"이라며 "전국에 거래처가 있는데 요즘 가자미 가격이 많이 뛰어서 거래처 쪽에서도 힘들어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어획량 자체가 줄다 보니 소비자가 직접 찾는 식당에서도 가자미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남구에서 가자미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오늘 가자미가 열흘 만에 처음 들어왔다"며 "최근에는 손님이 가자미 메뉴를 시키면 양해를 구하고 다른 생선을 섞어 내놓곤 했다. 또 언제 들어올지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에서는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상악화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를 꼽는다.
최근 풍랑특보가 이어지면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날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방어진수협 관계자는 "설 명절 이후 어선들이 바다에 나가 가자미를 잡아 온 횟수가 2∼3번밖에 안 된다"며 "전국 가자미 물량의 60~70%를 차지하는 방어진항 기상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방어진수협 관계자는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가자미는 원래 차가운 성질에서 자라는 생물인데, 최근 수온이 많이 오르다 보니 좀 더 찬 해류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무분별한 포획 탓에 생물자원 자체가 고갈됐다는 위기감 섞인 지적도 나온다.
20년째 수산업에 종사했다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상인은 "작은 고기는 놔둬야 그게 커서 수자원이 되는데,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니 바다에 생물이 씨가 마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자항의 한 활어 판매상은 "가자미는 금어기가 없다 보니 가면 갈수록 줄지 않을까 싶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다 보면 우리 다음 세대들은 가자미 보기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