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화학물질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확실히 검사해야 하고, 개개인은 이에 대한 배경지식을 길러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화학물질을 다 피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어떤 물질에 노출되는지는 알아야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러면 미세먼지는 100퍼센트 중국에서 온다는 증거가 있는가?
사실 뚜렷한 근거가 없다. 그냥 믿음일 뿐이다. 봄철에, 특히 황사가 날아올 때 미세먼지가 더욱 심하니까 사막이나 황토 지대가 있는 중국 탓이라 믿는 거다.
물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모든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다고만 생각해서 그걸 제대로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 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건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을 포함하는 오염물질로 대기에 장기간 떠다니는 먼지 중에서 입자가 매우 작은 먼지다.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이며 'PM10'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입자의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경우는 'PM2.5'라고 쓰며 초미세먼지 또는 극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이 미세먼지의 주요한 발생 원인은 자동차 매연과 공장의 오염 물질이다. 오늘날 발생하는 미세먼지 대부분은 이 두 곳에서 나온다. 옛날에는 미세먼지의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이 석탄이었다. 석탄이 주요 연료였기 때문에 난방부터 취사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기차, 공장 등등 각종 산업에서도 석탄을 사용했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1952년에 일어난 '런던 스모그 사건'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석탄 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안개가 많은 영국 런던 지역에서 오염물질과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폐 질환에 걸려 고통받았다.

필자가 1970년대 말 런던에 갔을 때까지도 오후에 안개가 낀다는 예보가 나오고 실제로 슬슬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 대학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짐을 싸서 퇴근했다. 안개가 끼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운전할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런던에 안개가 거의 없다. 석탄을 일절 때지 않으니 오염물질이 뒤섞인 안개가 없어졌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 안개가 더 많다. 그래서 지독한 안개가 끼는 현상은 공해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거다.
과연 이 미세먼지는 어디서 왔을까?
날에 따라서 다르고,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다. 시기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먼지가 오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국내 대기질을 조사해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2016년 5월, 6월의 미세먼지 기여율을 측정했는데, 아래 표를 보면 이 시기의 미세먼지 중 34퍼센트가 중국에서 온 사실이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이 믿고 있듯이 90퍼센트 이상 중국에서 온다고 하는 것은 틀렸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측정한 수치다. 이때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비율이 52퍼센트였다.

물론 황사가 있는 날은 중국의 기여율이 좀 더 많을 것이다.
미세먼지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여러 곳에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측정소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설치하고 과연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걸 확실히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미세먼지 수치가 좋은 날에도 기상도를 보면 서울이나 부산 쪽의 농도는 여전히 높다.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에서 온 것이라면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이 수치가 가장 높고 반대로 동 해안이 가장 낮아야 할 텐데, 실제로 그렇지 않고 대도시 주변의 농도가 높다.
그만큼 대도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미세먼지가 많다는 뜻이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