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작은 생명들을 미물(微物)이라 부르며 하찮게 여기기 일쑤다. 하지만 몇몇 뛰어난 이들은 이런 미물의 재능을 알아보고, 감탄하며 연구에 평생을 쏟아붓기도 한다.
저명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금지옥엽 미리엄 로스차일드(1908~2005) 같은 박물학자가 그랬다. 그는 벼룩을 '날아다니는 곤충'이라 표현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억만장자 박물학자를 사로잡은 건 벼룩의 탁월한 점프 능력이었다.
가령 고양이벼룩은 몸길이가 보통 1.5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자기 키의 50배를 점프한다.
또 어떤 벼룩은 휴식 없이 3만번이나 점프할 수 있다.
튀어 오를 때의 가속도는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로켓의 20배에 달한다.
곤충은 인간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노랑초파리의 경우 우리가 지닌 감각과 유사한 감각을 공유한다. 아프리카에 머물러 있던 '과일 마니아' 노랑초파리는 아프리카 노예들을 따라 신대륙으로 퍼져나갔는데, 이는 배에 있는 과일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노랑초파리는 인간이 걸리는 병에도 잘 걸린다.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의 75%를 인간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많은 의과학자가 노랑초파리를 통해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의료용 주사기 개발에 응용되는 나방의 천연 빨대, 하이테크 기계공학 분야에서 이용되는 나비의 날개 비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체 식량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메리카동애등에, 신경화학 물질이 군중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데 일조한 바퀴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의 활용도를 저자는 조명한다.
저자는 "곤충이 세상을 변화시킨 역사를 톺아보다 보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파구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사고하는 상상력과 재능을 지닌 과학자들이 있는 한 곤충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