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노화는 언제 시작되는가

  • 등록 2026.01.06 13: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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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20대? 50대? 사실 장기별로 노화의 시작 시점이 다르다. 가령 심혈관 및 심폐 기능은 14~15세 전후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신체의 운동 기능이 가장 좋을 때는 13~14세 전후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 30대를 두고 젊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한창 늙어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40대 중반이 되면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으로 드러날 뿐이다. 갑자기 나빠지는 게 아니라 계속 나빠지고 있었던 거다.

 그다음으로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관절이다. 관절은 쓰면 쓸수록 닳기 때문에 그렇다. 또 체중이 무거울수록 관절에 가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관절이 좋지 않은 분은 체중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 계단이나 경사로를 내려갈 때처럼 관절에 체중을 싣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나이 많은 분에게는 등산을 권하지 않고 차라리 평지를 걸으라는 말씀을 드린다.

 운동은 왜 필요할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고들 하는데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대인의 삶을 괴롭히는 성인병의 대부분이 바로 운동 부족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병을 운동부족병이라고도 한다. 특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제2형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거기에 과자나 다른 정크푸드까지 같이 먹으면 비만으로 가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사실 현대인에게 건강 관리란 운동을 통한 몸매 관리나 체중 감량을 뜻하는데, 과연 몸매나 체중에 집착하며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자동화되고 기계화된 편리한 생활로 신체활동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교통수단의 발달은 운동 부족 현상의 주범으로 간주한다. 인체는 활동이 부족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신체 기관의 기능도 저하된다. 기능 저하는 노화의 진행을 앞당길 뿐 아니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1950년대 런던 시내버스의 운전사와 차장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 연구에서 계속 앉아 있는 운전사 그룹이 계속 서서 왕래하는 차장 그룹에 비해 심장마비에 걸리는 비율이 2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후 앉아 있는 것의 해로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됐다.

1 960년대 무중력 상태에 오래 노출된 우주 비행사에게서도 동일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앉아 있으면 신진대사가 느려져 혈당, 혈압, 지방 대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근육이나 뼈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적게 앉고 많이 움직이라고 권장하게 됐다. 요즘 현대인은 대부분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습관이 바로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심장 및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혈관의 탄력성도 떨어져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근육 위축에 의해 근력 손실이 올 수도 있다.

 특히 선진국 사람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기 때문에 운동 부족 말고도 많은 문제를 겪는다. 대표적으로 하지정맥혈전증, 비만, 심장병, 당뇨병 등이 큰 문제가 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등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하지 정맥혈이 응고돼 혈전증을 일으킨다.

 칼로리를 적게 소비하고 나아가 대사 과정이 정상보다 느려져서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에너지 소비가 줄면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기 쉬워서 결국엔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차를 타거나 23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에게는 심장질환이 70퍼센트가량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앉아 있는 시간과 당뇨병 발생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거나 자세가 나빠져서 허리와 목의 통증이 발생하며 무릎관절 통증, 근육 위축, 그리고 심지어는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쉽다고 한다.

 전반적인 대사 과정이 느려지고 뇌로 가는 영양분이 감소해 뇌 기능의 감퇴가 일어난다. 정확한 원리는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이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 결국 열거한 여러 원인 때문에 평균수명도 짧아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17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시간에 5~10분 정도만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나 몸을 움직이면 어느 정도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조금 오래 앉아 있었다 싶으면 의식적으로라도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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