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고용안정" 외치던 정신건강 전문요원 떠나는 이유는

  • 등록 2019.10.27 13: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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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신뢰관계 필수인데…민간위탁→직영→임금하락→이직 증가"

 "우리는 마음을 닫은 이들의 마음을 다시 열어주는 사람들입니다. 겨우 피상담자의 마음을 열었는데 상담을 하던 이가 떠나버리면 마음의 문은 더 닫혀버리고 말아요."

중증 정신질환자나 자살 고위험군과 같은 마음의 병을 지닌 이를 돌보고 사회 복귀를 돕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과도한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 탓에 현장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상담에선 라포르(Rapport·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이 핵심이어서 상담자가 자주 교체되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인데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에는 25개 자치구가 각각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소속돼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자살 예방 사업 등에 종사하는 300명가량의 정신건강 돌봄 노동자가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가 돌봄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겨울부터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처우개선 등을 요구한 정신건강 돌봄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던 센터 일부를 보건소 직영으로 바꿨다. 직영 센터 소속 정신건강 전문요원에게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적용한 것.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주당 15∼35시간 내로 근무시간을 정해 일하는 일종의 공무원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소속된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계약기간(5년)에 안정적인 신분을 보장받지만 근무시간이 전일제보다 적다.

26일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 변경된 정신건강복지센터 14곳에서 2017년에 근무하던 직원 중 계속 일하는 비율은 2018년 1월 46%에서 2019년 3월 34%로 매년 감소했다.

은평구는 2017년 9월에 일하던 11명 중 2019년에도 일하는 요원은 한 명도 없다. 서초구와 영등포구는 전환 전 일하던 12명 중 2명이 계속 근무 중일 뿐이고, 강북구는 11명 가운데 1명만 이직을 선택하지 않았다.

주상현 전국보건의료 서울시 정신보건지부장은 "노조가 2017년에 결성돼 2017년 전의 이직률 비교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문제점이었던 이직률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고용 형태가 변하면서 민간위탁과 비교해 평균 임금이 400만원가량 낮아졌고 연차도 근무경력과 상관없이 초기화되는 것이 정신보건 돌봄 노동자가 직영 센터를 떠나는 이유라는 것이 노조와 돌봄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보건소 직영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2년째 근무한 A씨는 "같은 팀장급이라도 민간 위탁에 고용된 사람이 직영 소속보다 연봉이 천만원 가량 높다. 그러니 전문성 있고 연차가 높은 직원은 직영 센터를 나가게 되고 조직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차가 낮은 직원도 남아서 계속 일할만한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11개 자치구의 정신보건복지센터의 경우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일하는 직영 센터보다 임금 수준은 높지만 고용 안정성을 여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위탁 기관이 바뀌면 고용 연계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민간 위탁 방식의 센터에서 2년째 일하는 박모씨는 "다들 평균 3년 정도를 근무한다. (위탁)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는 보건소 직영으로 바뀔지 아니면 민간에 재위탁할지 두 가지 선택지로 나뉘는데 직영으로 바뀌면 해고될 수 있고 재위탁의 경우에도 고용 연계는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민간 위탁 센터에 소속된 김모씨 역시 "업무의 계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일하는 우리도 불안하고 상담자가 자주 교체되면 내담자와 신뢰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지부장은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정신보건 전문가인데 비전을 주지 못하는 고용 형태와 낮은 임금 아래서 직원 1명이 담당하는 사례자가 50∼70명에 달하는 등 고된 업무에 시달린다. 그 결과 근속 15년이 안 되는 경우가 전체 80%에 달한다"며 "이는 조직의 전문성을 떨어트려 결국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정신보건팀 관계자는 "최대 계약 연장 기간이 5년으로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는 측면이 있고 직영 센터에서 적용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시간당 임금이 높아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정신보건팀 관계자는 민간 위탁 센터의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주장에 대해 "위탁 재계약 시 노조와 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대략 80%가 재계약을 하는 등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사업과 고용의 계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민간에서 직영으로 고용 방식이 전환되며 이직이 늘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면서 "늘어나는 이직의 원인이 임금인지 다른 조건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므로 앞으로 종합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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