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느니 죽겠어요"…10대 건강 위협하는 '프로아나 신드롬'

2021.03.24 07:24:22

 'h160 cw50 ugw37' 암호냐고요?

 '키 160 현재 체중 50 최종 목표 체중 37' 거식증을 동경하고 찬성하는 이른바 프로아나(pro-anorexia)의 자기소개입니다.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던 연예인들이 자주 호소하는 정신질환이 바로 거식증인데요.

 거식증이란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식 섭취를 과도하게 거부하는 병적 증상을 말합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바라는 것은 '개말라 인간' 또는 '뼈말라 인간'이 되는 것인데요.

 여기서 '개말라'와 '뼈말라'는 각각 키에서 120, 125를 뺀 만큼의 체중을 가졌을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키가 160cm인 사람이 개말라 인간이 되기 위해선 40kg, 뼈말라 인간이 되기 위해선 35kg의 몸무게여야 합니다.

 키와 몸무게로 비만도를 산출하는 BMI(kg/m^2) 공식에 따르면 키 160cm 기준 47kg 이하부터 저체중인데요.

 이보다도 더 낮은 체중을 원하는 프로아나는 그만큼 살을 빼기 위해 거의 먹지 않습니다.

 과거 과도한 다이어트로 거식증을 가졌던 20대 여성 A씨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마시는 생수 단식을 했다"고 말했는데요.

 A씨는 "한 번 빼고 유지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으나 유지가 어렵다 보니 폭식과 단식의 과정을 반복하며 이상한 집착의 형태로 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아나 중 일부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방식으로 살을 빼고 있는데요.

 거기에 더해 SNS를 통해 식욕 억제제를 대리 구매하거나 변비약을 먹고 빠른 체중감량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A씨는 거식증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미디어는 마른데 근육이 탄탄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통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비춘다"며 "원래도 말랐었는데 그 모습처럼 되고 싶어서 집착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SNS에선 식단 조절 방법, 자연스럽게 음식 거부할 수 있는 방법 등 '개말라 인간'이 될 수 있는 팁과 더불어 매우 마른 모델, 아이돌 가수의 사진이 '자극 사진'이라 불리며 공유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SNS에서 자신을 프로아나라고 소개하는 사람 중 10대가 많이 보인다는 점인데요.

 '개학 이전에 살을 빼야 한다', '교복을 예쁘게 입고 싶다', '프로아나 티 안 나게 급식 적게 먹을 수 있는 법' 등 학생 관련 단어들을 자주 언급하는 계정이 많았습니다.

 또 지난해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거식증 환자 8천417명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4.4%(1천208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김율리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장은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고 SNS 정보에 쉽게 몰입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다"며 "팬데믹 이후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미디어나 SNS를 통한 외모 지향적인 콘텐츠 노출이 느는 데 반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호 지지할 기회가 줄어들며 섭식장애 발병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같이 SNS를 통해 프로아나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거식증'을 쉽게 검색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anorexia'를 검색하면 '회원님이 검색하려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며 경고 문구가 뜨지만, 한국어로 '#거식증'을 검색하면 곧바로 결과가 뜹니다.

 프로아나 활동이 가장 활발한 SNS인 트위터 역시 '프로아나'를 검색하면 스크롤을 다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글과 사진이 나오는데요.

 김 연구소장은 "부모님, 학교 선생님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를 방어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하고 청소년도 프로아나, 거식증을 조장할 수 있는 몸매 이야기를 서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SNS를 통해 전파되는 악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에 청소년 위해 프로그램인 경우 자동 필터링 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보 처리 정책적 측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외모지상주의로 과도한 다이어트에 내몰린 프로아나.

 사회가 정의한 아름다움에 휘둘리기보다 각자의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해야 할 때 아닐까요.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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