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이어지는 전공의 공백에도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인력 중심 구조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육성하면서 진료협력병원이 요청하면 해당 환자가 가장 먼저 진료받게 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을 도입한다.
전공의에 대한 상급종합병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추진 방향이 공개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전공의 공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 없이 임기응변식 대책만 내놓는다고 비난했다.
◇ 전공의 공백에도…"상급병원 구조전환 충분히 가능"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 단장은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전문의 배출 시점이 연기되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인력 중심병원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면서도 "비중증 환자의 진료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 구조를 새롭게 전환하면서 전문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중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려 한다"며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60%까지 올리고, 2027년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하게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증환자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려면 현행 중증환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1∼2급 등 중증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입원하는 경우, 중증 암을 로봇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 등도 중증으로 인정받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상급종합병원을 진료협력 중추로…전문 의뢰·회송 시스템 구축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을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추진할 때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간의 형식적 의뢰·회송체계를 전면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이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전문 의뢰·회송 시에는 최우선으로 진료받게 하고, 증상 변화가 있으면 언제든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우선 진료를 받게 패스트트랙을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단장은 또 "상급종합병원은 중환자나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보는 병상을 중심으로 확충하고, 일반 병상의 규모를 줄이겠다"며 "병상 감축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에 집중하고,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공의에 지나치게 기대는 체계 개편…경증환자가 상급병원 진료시 비용 인상 검토
정부는 전공의 수련 체계를 개편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정 단장은 "전공의 수련책임 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전공의의 70%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데, 전공의들이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는 다기관 협력 수련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20% 이하로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1명이 입원환자 40명을 보는 곳도 있고 굉장히 편차가 크다"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공의 당 환자 수 기준도 설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환자들이 의료전달체계에 적합한 의료를 이용하도록 비용 구조도 재점검한다"며 "경증환자가 그에 맞지 않는 의료 이용을 했을 때 비용을 늘리는 방식도 가능할 텐데, 환자·소비자 단체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해 구체적인 보상구조 개편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중증 입원과 수술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 진료에 드는 대기시간 등의 노력 등에도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원면허제를 두고는 "(의대 졸업 후) 전공의가 되는 비중이 조금씩 줄고 있는데, 의대만 졸업하고 임상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할 가능성이 커져서 환자들이 우려한다"며 "외국에서는 의대 졸업 후 단독 진료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임상 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환자를 대면하도록 면허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해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먼저 준비된 병원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정 단장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단독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특위의 문호를 개방한 지 100일이 다 돼 간다"며 "밖에서 비판하지 마시고, (특위) 안으로 들어오셔서 본격적인 논의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의협은 이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두고 "전문가 단체인 의협 참여 없이 시민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국민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을 끼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헛소리"라고 맹비난했다.
의협은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로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대책은 우수한 전문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대학병원의 근본적 기능을 망각한 어불성설"이라며 "간호사를 숙련된 전문인력이라며 포장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간호사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냐"며 "정부는 한시라도 현 의료사태의 봉합을 위해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