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간 불통·이기주의 팽배·비관적인 미래 전망…'
경남 창원지역 최초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삼성창원병원이 35년 된 본관을 신축하고, 새 병원으로 거듭나는 시기이던 2016년에 조직 문화 진단을 하고 받은 성적표는 암울했다.
진단 결과 병원 내 다양한 직군에서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정 직군은 일의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각종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아픈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종합병원이 정작 조직 스스로는 돌보지 못한 것이다.
당시 병원은 환경 분석, 임무 점검, 비전 정립 등 조직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기에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병원은 조직 문화 개선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메스를 꺼내 들었다.
조직 문제와 병원 개선점을 수술대 위에 올린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삼성창원병원 '블루다이아몬드(BD) 프로젝트'다.
임경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BD는 특별한 이론적 접근법이나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아니라도 '삼성창원병원' 방식대로, 우리가 행복하다면 그것이 바로 '의료 혁신'이라는 목표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BD 명칭은 보석 중 가장 빛나는 보석인 블루다이아몬드를 조직에 비유한 것이다.
BD는 소통과 문화, 환자 중심 서비스 디자인, 진료시스템 및 문화 개선, 마케팅과 네트워크 강화, 미래 전략 등 크게 5개 분야(팀)로 나뉜다.
팀마다 교수, 의사, 간호사, 의료지원, 행정 기술직군 등 병원 내 다양한 직군에서 8∼10명이 조직을 이룬다.
각 팀은 프로젝트가 조직 개선을 찾아 꿈과 모험을 하는 항해라 여기고, '배'에 비유했다.
직함도 '교수님', '부장님', '○○씨'가 아니라 '선장', '항해사', '선원', '조타장' 등으로 불렀다.
팀명도 항해와 관련된 것(네버랜드, 골든 프린세스, 니미츠, 스틸레토, 해적)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다.
BD를 통해 조직 문화뿐 아니라 근무 환경 등 많은 점이 개선됐다.
선장으로 불리는 김용석 외과 교수는 "BD를 통해 간호사 3교대 근무 지켜주기, 수술·휴게실 환경 개선 등 병원 내 크고 작은 변화들이 시나브로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과거 3교대 근무 등은 지켜지지 않을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하니 근무 만족도도 높아지고, 수술실 동료 간호사도 잦은 퇴사 없이 장기간 근무하게 돼 업무 효율성도 증가했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추가 수당, 인사 이익 등 혜택이 전혀 없는데 BD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보람"이라며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것만큼 조직을 돌아보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BD를 통해 조직 문화뿐 아니라 병원 환경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동료 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 설치, 고령 환자를 위한 부서 숫자 안내판 도입, 병원 공식 캐릭터 '세별이' 제작 등 성과를 냈다.
김민휘 간호사는 "회사 인트라넷에 올라온 BD 활동을 보며 지원했다"며 "평소에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부서의 사람과 병원 발전을 위해 논의하니 조직에 대한 애정도 더 생겼다"고 밝혔다.
3년 차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원유닛(Unit) 조예진 보건의료정보 관리사는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부터 BD에서 활동했다"며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조직과 환자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BD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BD는 '이동 약자 동선 개선'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현장에는 수술실 복장을 착용한 교수,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군이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미팅 중간중간 밝은 표정과 웃음소리가 회의실 밖에서도 관찰됐다.
한 BD는 "병원 조직 특성상 변화가 생기기 쉽지 않은데 BD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며 "조직 분위기도 매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할 수 없지만 조직 문화 진단 점수가 BD 도입 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BD가 의료계에 입소문 나면서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 문의 등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