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화요일 0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2월 16일 새벽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뒤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계획보다 하루 앞선 2월 19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이 시작됐고, 두 달이 다 되도록 상황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같은 목소리만 줄곧 반복하고, 정부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2천명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는 전례 없는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최대 희생자인 환자들은 "국민의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양측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27년만의 파격적 '2천명 증원'…응급실까지 자리 비운 전공의들 사태의 시작은 지난 2월 6일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발표였다. 2022년 국정감사 때 처음 증원 계획을 밝힌 뒤 1년 반가량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등과 대화하며 공을 들인 결과물이었다. 3천58명이던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부터 2천명(65.4%) 늘려 5천58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두 달째를 맞으면서 1년 내내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던 대형병원들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치료 위주로 재편되고 경증환자들은 병·의원급으로 옮겨가면서 병동을 오가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은 전공의 이탈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초기의 혼란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과 남은 의료진의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 수 감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수련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무급휴가와 희망퇴직, 병동 통폐합 등 여러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북새통은 옛말…외래 병동 대기석 곳곳 비고 응급실 앞 한산 외래 환자와 보호자들로 1년 내내 북적이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1층 외래치료실 대기석은 17일 오전 곳곳이 비어 있었다. 늘 상당한 긴장감 속에 화급을 다투는 환자로 조용할 날이 없던 응급실 앞도 비교적 한산했다. 아이의 소아과 통원 치료를 위해 반년 넘게 이 병원을 찾고 있다는 40대 부부는 "확실히 전보다 외래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어든 것 같다"
길어지는 의료 공백의 직접적 피해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 간신히 수술 일정을 잡은 환자들은 이마저도 연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의료계를 비롯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와 의료계 상호 간의 양보와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 치킨게임에 분통 터지는 환자들 "일상생활이 안 된다" 최근 경기 성남시의 한 2차 병원에서 유방암 소견을 받은 40대 여성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수년간 치료받을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데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집 근처 3차 병원이나 대학 부속·협력병원에서 진료 및 수술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서다.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은 아예 진료받을 수 없고, 인근 2차 병원인 분당 차병원은 진료는 바로 가능하나 수술은 미뤄질 수 있다고 알려왔다. A씨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 때문에 애써 잡아놓은 진료와 수술 일정이 갑자기 연기되지는 않을지 불안하다"며 "병세가 더 나빠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신 30주 차에 접어든 30대 B(경기 성남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