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길 지하철 2호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직장인 김 모 씨. 인스타그램 피드에 뜬 인플루언서의 게시글을 습관처럼 확인한다. 사진 속 스타일과 배경이 시선을 사로잡고 게시물에는 '좋아요 10만 개 돌파', 수백 개의 긍정적인 댓글이 반짝인다. 하지만 문득 김 씨는 이 엄청난 '좋아요'와 댓글들이 과연 실제 사람들의 손에서만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진실일까. ◇ 추천 수와 댓글…가짜 신뢰를 쌓는 '사다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서 '좋아요'나 '댓글'의 숫자는 단순한 반응 수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이 이 수치를 콘텐츠의 인기와 신뢰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상품 후기나 인플루언서 게시글에 수백 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어 있다면 "많은 사람이 좋다고 했으니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연구들은 이러한 '추천 수와 댓글 수'의 상당 부분이 실제 사용자가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봇 계정 자동화를 통해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한국어로 작성된 AI 생성 댓글 식별 기술을 개발하며 "몇 시간 안에 수십만 개의 댓글을 만들어낼 수
최근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발생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부정행위로 대학 내에서의 AI 부정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니 자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일각에선 "AI 탐지기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우회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I가 작성한 글인지 사람이 쓴 글인지 판별해준다는 'AI 생성 글 탐지기'(AI text detector)의 성능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다. ◇ "AI 탐지기, 회피 조작에 취약…부정 사용 적발에 쓸 수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나온 논문들은 AI 탐지기가 부정 사용을 적발하는 데 사용될 만큼 정확하지 않고 신뢰할 만하지도 않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필리핀 연구진이 2020∼2024년 AI 탐지기를 다룬 논문 34편을 검토해 발표한 논문 'AI 생성 글 탐지기의 정확도와 신뢰성'(2025)에 따르면 대부분 AI 탐지기의 정확도가 50% 이상을 보였으나 탐지기별로 차이를 보였다. 유료 AI 탐지기가 무료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유료 A
자사의 건강기능식품을 환자들에게 추천해 달라며 1천700여개 병원에 총 6억원어치 식사·간식 접대 등을 한 업체가 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로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인 에프앤디넷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9천6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에프앤디넷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위해 1천702개 병원에 총 6억1천2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회사는 의료진이 자사 제품을 환자에게 우선 추천·권유하도록 유도하려고 식사접대·행사지원·간식비 등의 형태로 돈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의사나 간호사는 병원 안에 별도로 마련한 에프앤디넷의 매장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에프앤디넷가 제품과 관련 없는 경제적 이익을 병원에 제공하는 불공정한 경쟁 수단을 썼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의학적인 판단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기준으로 제품을 추천하도록 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제품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를 적발한 사례"라며
올해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신청 건수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년 만에 나타난 출산율 반등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1∼9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신청 건수는 모두 25만7천7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만8천507건보다 1만9천254건(8.1%) 증가했다. 건보공단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은 임신한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진료비를 전자바우처(국민행복카드)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다. 태아 1명당 100만원이 지급되며, 임신부나 아기의 진료비, 약값 등으로 쓸 수 있다. 임신 확인 시점부터 분만 예정일 2년 후까지 신청이 가능한데, 대개 산부인과에서 임신 확인서를 받은 후 곧바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유산 등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임신·출산 바우처 신청 건수가 출생아 수와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대체로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증감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2023년의 경우 연간 전체 바우처 신청 건수는 28만6천395건, 2024년은 31만7천372건이었다. 올해 1∼9월 신청 건수를 작년과 월별로 비교하면 1월엔 전년
신고받고 출동한 서울 119 구급대원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폭행한 사례가 지난 3년 동안 216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이은림 의원이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119 구급대원 대상 폭언·폭행 사건이 34건 발생했다. 2024년과 2023년 각각 91건으로, 총 216건으로 집계됐다. 피해를 본 구급대원은 총 282명으로 2023년 117명, 2024년 115명, 올해 1∼9월 50명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3년간 강남구에서 발생한 피해 건수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랑구(18건), 강서구(16건), 송파구(13건)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주취에 따른 폭언·폭행이 3년간 총 19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신이상은 13건, 자살 시도나 장애 등에 따른 사례는 3건, 기타 폭언·폭행은 10건이었다. 장소별로 보면 도로 위에서 발생한 피해가 118건, 건물 안이 62건, 구급차 안에서 발생한 피해가 36건이었다. 서울 119 구급대원을 폭행해 1년 이하 징역 처분을 받은 사례도 3년간 22건 나왔다. 이은림 의원은 "가해자 처벌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폭행 피해를 본 소방대원이 충
아빠들이 육아 전 꿈꿨던 모습 1위는 '친구 같은 아빠'였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마주한 모습 1위는 '바쁜 아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달 미성년 자녀를 둔 남성 418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 전후의 인식과 현황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육아 전 꿈꿨던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이 제일 많이 답한 모습은 '친구같은 아빠'(19.4%)였다. 이어 '잘 놀아주는 아빠'(14.0%),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9.9%), '다정한 아빠'(9.1%),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6.5%)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현실에서 가장 많이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은 '바쁜 아빠'(15.1%)였다. 이어 '주말에만 시간 내는 아빠'(8.3%), '피곤한 아빠'(7.0%), '지친 아빠'(6.5%), '혼내는 아빠'(5.4%) 순이었다. 아빠들은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나는 이유(주관식)가 '바쁜 회사일에 지쳐 육아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육아가 생각보다 어렵고 변수가 발생해서', '휴식시간이 없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등이라고 말했다. 아빠들이 육아 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육아 활동은 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최근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수능 수험생이라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을까.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 첨단융합공학부 김시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챗GPT(GPT-5), 제미나이(2.5 플래시), 퍼플렉시티(소나), 딥시크 최신 모델의 무료 버전을 대상으로 2026년도 수능 국어·영어·수학 영역을 풀어보게 했다. 어떤 AI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까. 그리고 각 AI가 실제 수험생이었다면 어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확인해봤다. 시험 환경은 실제 수능과 동일하게 구현하기 위해 모든 AI 챗봇 모델에게 인터넷 검색을 금지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했다. 다만 음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딥시크, 퍼플렉시티를 고려해 국어·영어 듣기 문제는 대본을 제공했다. 기호, 수식이 많은 수학 문항은 수식 표현 방식인 'LaTeX(라텍)'으로 변환해 입력했으며, 문제에서 제시된 표나 이미지는 PDF 파일로 전달해 시험을 치르게 했다. ◇ 1등 GPT, 수학에선 한 문제만 틀려 …퍼플렉시티는 '커닝' 시험 결과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모델은 오픈AI의 챗GPT였다. 챗GPT는 작년 수능보다 어
정부가 과잉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해 본인부담률을 95%로 책정하는 '관리급여' 목록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관리급여 목록에 포함될 비급여 항목으로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진료비 상위 항목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제3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관리급여 항목 선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경제성이나 치료 효과 등이 불확실해 추가 근거가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낮아도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건강회복에 잠재적 이득이 있는 의료행위 항목은 '선별급여'로 지정해 예비적 건보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는 이러한 선별급여의 유형으로 관리급여를 추가해 과잉 우려 비급여 항목을 건보 적용으로 변경하고, 본인부담률을 95%가량 책정해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복지부와 의료계 공급자 단체, 환자·소비자 단체, 의료·건강보험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지난 5월 출범했으며,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9월 지난해 전국 의료기관의 비급여 행위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협의체는 출범 초반에는 관리급
"지역 병원에는 환자가 없고, 환자에게는 병원이 없다." 이 모순된 문장은 오늘날 대한민국 지역의료의 현실을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지방의 병원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환자와 의료인력, 의료 자원은 날이 갈수록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의료 블랙홀'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한상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포럼에서는 이런 지역의료 붕괴의 현실이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희숙 강원특별자치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강원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지역 병원은 중증 환자를 최종 치료할 역량이 부족하고, 인구 감소·진료량 중심의 수가체계·의료인력 이탈이 맞물리면서 인프라를 갖춰도 곧바로 경영난에 빠진다"면서 "그 결과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단장은 이 같은 구조를 "압축 성장기의 단일 정책 틀과 행위별 수가 중심의 보험 구조, 수도권 개발과 광역 교통망이 함께 만들어낸 다층적 왜곡"으로 규정했다. 그는 "건강보험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