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을 풀어놓았으니까 곧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놈이 시간과 장소를 정하라고 했다지 이제는 차분해진 표정으로 심종택이 물었다 장소를 만들어봐 그 쥐새끼를 묻어버릴 장소를 말이야 그 때 인터폰이 울렸으므로 심종택은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 회장님 김경철이란 분이 찾아 오셨는데요 여직원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리자 둘의 시선이 동시에 부딪쳤다 심종택이 헛기침을 했다 제231 상경 87 김경철이 누구야 회장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신 분이라는데요 영문을 모르는 여직원이 고분고분 대답했을 때 홍동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심종택에게 입술만 움직이며 말한 홍동신은 서둘러 방을 나갔다 기다리라고 해 뱉듯이 말한 심종택이 인터폰의 스위치를 끄고는 눈을 부릅떴다 쥐새끼에게 연거푸 물린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지금은 분노보다도 아직 놀람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놈에게 기습을 당한 꼴이어서 당황했다 놈이 바로 10미터쯤 밖의 비서실까지 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으니까 댁이 김경철이오 다가선 홍동신이 묻자 경철은 머리만 끄덕였다 평온한 얼굴이어서 홍동신의 가슴이 갑자기 부글부글 끓었다 자신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비서실의 한복판에 서있었는데 경철은 박삼과 백대우 두 사람만 데리고 왔다 홍 퐁신이 경철의 아래위를 훌어보았다 자신보다 머리통 하나 만큼 큰 체격에다 얼굴 윤곽이 굵었고 죄부가 볕에 그을렸 지만 눈은 맑았다 경철이 턱으로 홍동신의 뒤쪽 회장실을 86 야차 가리켰다 만나 뵐 수 있겠소 안되 겠는데 배에 힘을 준 홍동신이 머리를 저었을 때 비서실 안으로 10여 명의 사내가 쏟아지듯 들어왔다 홍동신이 사무실에 있던 부하들을 부른 것이다 이곳은 아무 놈이나 함부로 들어을 데가 아니야 건방진 자식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홍동신이 경철을 보았다 젖내가 가시지도 않은 놈이 정말로 당돌하구먼 그래 부하들은 경철 일행 주위로 바짝 다가서 있어 곧바로 공 격하려는 듯 분위기가 살벌했다 강남의 경성회란 데가 이런 강아지들 모임이었구먼 경철이 낮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얼굴에 웃음을 띈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