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 열쇠?...단식 때 세포대사 조절 '분자 스위치'

인슐린보다 오래된 RagA 단백질, 활성 상태서 에너지 대사 교란
세포 '영양 부족' 감지 못하고 계속 '에너지 사용' 모드
스페인 국립 암연구센터,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살아 있는 유기체는 먹기(eating)를 통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와 영양분을 흡수한다.

 수십억 년간 이 기능을 조절하며 진화해 온 물질대사 메커니즘의 핵심 장치를 스페인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먹을 게 없고 세포의 영양분 수위가 낮은 상태에 적응하는 능력을 조절하는 RagA 단백질이 그 주인공이다.

 RagA는 세포의 대사 작용을 제어하는 '분자 스위치' 역할을 했다.

 이 스위치가 켜져 있으면 영양 공급이 부족할 때도 세포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했다. 먹을 게 충분하지 않다는 걸 잘 모르고 계속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의미다.

 RagA가 발견된 곳은, 오래전부터 물질대사 조절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mTOR 분자 경로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센터(CNIO)의 알레호 에페얀 박사 연구팀은 지난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에 찾은 RagA 분자 경로는 인슐린 등이 관여하는 경로만큼 영양분 대사에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RagA 경로는 효모균(yeasts)에게서도 발견되는, 인슐린보다 더 오래된 고대의 분자 경로다.

 그런데도 정상적인 생리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만이나 비만 관련 질환에선 어떻게 활성 상태기 이상 조절되는지 등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이 단백질의 세포 내 작용 기제를 알아내면 비만은 물론 암, 지방간 같은 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CNIO의 '물질대사 세포 신호 연구 그룹' 리더로서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에페얀 박사는 "현재 세상엔 늘 영양분이 풍족하지만, 인류가 진화할 때 환경은 전혀 달랐다"라면서 "유기체는 '섭식과 단식(feeding-fasting)' 사이클에 적응했고 세포도 그런 사이클에 반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단식 환경' 적응에 RagA 단백질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건강한 유기체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 RagA 스위치가 꺼진다. 그러면 세포 대사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돌아가고, 유기체도 저장된 에너지 자원을 아껴서 쓰게 된다.

 그런데 RagA가 활성화된 생쥐는 정상적인 섭식·금식 사이클에 맞추지 않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썼다.

 이런 생쥐의 세포는 항상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믿고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에페얀 박사팀은 어느 정도 선행 연구 실적을 쌓아 놓고 있었다.

 배아 단계에서 RagA를 계속 활성화한 생쥐는 태어날 때 영양분 부족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RagA 스위치가 꺼지는 걸 일부만 막아도 생쥐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렇게 한 생쥐는 글루코스, 아미노산, 케톤, 지질 등의 항상성과 연관된 물질대사에 변화가 생겼다.

 이렇게 RagA를 대부분 활성화한 생쥐는 정상보다 짧은 9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노화가 빨라지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생쥐의 수명이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단식과 적은 칼로리 흡수는 일부 종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RagA가 포함된 mTOR 경로는 수명 연장 메커니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RagA가 항상 켜져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주로 연구했다.

 하지만 동물은 절대로 먹지 않고 살지 못하며, 오래 굶으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반대로 RagA를 항구적으로 억제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에페얀 박사팀은 다음 연구 목표다.

 그는 "약을 써서 이 대사 경로를 일부 억제하면 단식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물질대사의 이익만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응급실 뺑뺑이' 결국 배후진료 문제…법적 보완 장치 있어야"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해 정부는 문제의 핵심이 '배후진료' 차질에 있다고 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응급실 환자 미수용 사안 등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단순한 이송 문제는 아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서 처치한 후 배후진료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데에는 응급 처치한 환자를 병원 내에서 수술 또는 입원시키는 배후 진료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아울러 배후진료 연결이 어려워 응급실에서 환자가 수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송체계 개선뿐 아니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결국 필수의료 과목의 책임 문제로 간다"며 "배후진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게 결국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이 되므로, 보완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의료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바른 자세가 건강을 지킨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아마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복부비만과 하체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당뇨병, 심장마비, 암 등 온갖 질병과 연관돼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정형외과 환자가 매우 많은데 그중 상당수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세가 척추와 목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자는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스탠딩데스크를 이용한다. 전동으로 높이가 조절돼 서서 일하다가 힘들면 앉을 수도 있다. 이런 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어려운 경우 앉아서 일을 하다가도 주기적으로 일어나서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다. 거북목,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같은 질병이 바로 나쁜 자세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것이다. 장시간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이런 병의 원인이다. 다양한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긴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은 너무 흔히 보는 광경이고, 심하게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 사람도 아주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