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183개나 돼도 "약 부족"…'성분명처방' 대안 될까

감기약 수급 불안정에 약사단체 "'제품명 말고 성분명으로 처방' 도입해야"
의사단체 "성분명 같다고 같은 약 아냐" 반대…복지부 "사회적 합의 필요"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고 각종 호흡기감염병이 확산되자 일선 약국을 중심으로 '약 품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성분명으로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이다. 성분명 처방이 이뤄지면 다수의 복제약이 출시된 원본 의약품의 경우, 약국에서 성분이 같은 어떤 약을 조제해도 무방해진다.

 15일 의약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감기약과 독감 치료제 등이 수급난을 겪자 약사들은 성분명 처방 제도를 도입해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수급불안정 의약품 동향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품목허가를 받은 타미플루의 제네릭은 183개, 타이레놀 정제 제네릭은 57개에 이른다.

 대한약사회 민필기 이사는 "저희 약국에만 해도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의 약이 7가지 있다. 애초에 처방을 '타이레놀'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이라고 내면 약국 재고에 따라 부족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해외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도입한 사례가 많다"며 "적어도 품절 문제가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품목에 한해서 먼저 시범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사 단체는 성분명 처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성분명만 같다고 같은 약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제네릭 허가를 위한 생동성시험(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규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흡수율 등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국가 생동성시험에서 제네릭이 원본 의약품 대비 80∼125%의 유효성을 가지면 허가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 민양기 이사는 "(원본 대비)80%의 효능을 가지는 약과 125%의 효능을 가지는 약은 차이가 50%포인트 가까이 나는데 그걸 어떻게 같은 약이라고 믿고 처방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네릭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잘 알고 환자에게 쓰던 약을 써야 한다기 때문에 성분명 처방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분명 처방은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작 후 도입 여부를 놓고 약사와 의사 사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제도다. 지난 2007년에는 국립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적도 있었지만 낮은 처방률과 의사단체의 거센 반발로 정식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현 상황에서는 성분명 처방 제도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남후희 약무정책과장은 "관련 단체 간 이해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복지부가 본격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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