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이후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인슐린 내성' 때문

에너지 많이 필요한 암 종양, 인슐린 분비 기능 망가뜨려
'세포외 소포'에 담은 마이크로 RNA로 췌장섬 공격
미국 UCSD 연구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에 논문

 언뜻 보면 유방암과 당뇨병은 공통점이 전혀 없는 별개의 병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모를 뿐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연구 결과는 적지 않게 나왔다.

 두 질병은 모두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미국에서 유방암은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는 악성 종양이다. 미국 여성은 8명 중 1명꼴로 침윤성 유방암에 걸린다.

 미국에선 당뇨병 발병률도 매우 높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고, 건강한 사람도 5명 중 2명꼴은 이 병에 걸릴 거로 예측된다.

 또 당뇨병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린 위험이 많게는 27%가량 높은 거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의 주요 특징인 '인슐린 내성'(Insulin resistance)이 유방암 발병과 낮은 생존율의 주범으로 꼽힌다.

 주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슐린 내성(또는 '인슐린 저항')은 인슐린의 기능 저하로 혈액 내 포도당 균형이 깨지는 걸 말한다.

 인슐린 내성이 생기면 췌장 베타세포에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 생성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반대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장기 생존할 경우 2년 뒤부터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 거로 보고됐다.

 이런 여성이 10년 뒤까지 살아남으면 같은 연령의 비 유방암 여성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0% 높다.

 유방암과 당뇨병의 이런 연관성에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관여하는지를 미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은 양방향으로 작용했다.

 다시 말해 유방암이 인슐린 생성을 억제해 당뇨병을 유발하는 과정뿐 아니라, 혈당 조절 기능이 손상돼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쓰이첸 에밀리 왕 병리학 교수는 "유방암 세포가 어떻게 췌장 랑게르한스섬의 기능을 손상하고 인슐린 생성을 줄이는지 밝혀냈다"라면서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혈당치가 높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메커니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암세포가 분비하는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였다.

 약칭 'EV'로 통하는 세포외 소포는 세포간 물질 교환 시스템의 중심이다. 한 세포의 DNA, RNA, 단백질, 지질 등이 이 소포에 담겨 다른 세포로 전달된다.

 유방암 세포가 마이크로 RNA-122를 소포에 담아 방출하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암세포에서 이탈한 소포는 혈액을 타고 췌장까지 이동한 뒤 랑게르한스섬에 들어가 화물(마이크로RNA-122)을 풀었다.

 이렇게 되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 수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랑게르한스섬의 기본 기능이 손상됐다.

 암세포의 이런 행동은 단것을 좋아하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암 종양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정상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이 써야 한다.

 작은 종양을 찾아내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법) 검사는 암세포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방암 종양이 랑게르한스섬을 망가뜨려 혈당치를 높이는 목적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하게 돕는 것이다.

 하지만 암 종양의 이런 책동은 정상 세포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가로채는 것이다.

 연구팀은 포도당 저하 작용을 하는 'SGLT2 억제제'라는 실험 약을 유방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투여해 봤다.

 그랬더니 혈당 조절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종양의 성장도 억제됐다.

 왕 교수는 "(임상 시험에 성공하면) 유방암 치료에 이 약을 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SGLT2 억제제는 마이크로 RNA를 기반으로 개발된 약 가운데 처음으로 현재 임상 시험 중이라 고 연구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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