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③ 열 개 처방 중 아홉은 '당귀'

동의보감 당귀 처방 500가지 이상…피란 가던 양귀비에게 진상, 부인병에 특효

 먼 옛날 중국에 왕복이라는 정직하고 심성이 바른 청년이 아내와 함께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었다.

 약초꾼이었던 그는 인근 산 약재가 점점 줄자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노군산이라는 곳까지 약초를 캐러 가야만 했다.

 노군산은 맹수가 많고 낮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 누구 하나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첩첩산중이었다.

 아내도 울적함 때문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가족의 고통이 하루하루 쌓여갈 무렵 마침내 왕복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와 어머니를 보고는 몸 상태를 물은 뒤 광주리에서 약재 몇 뿌리를 꺼내 바로 약을 달였다.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무사히 돌아온 왕복 때문에 마음의 병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아내와 어머니의 병은 모두 깨끗이 나았다.

 이후 왕복이 달인 약재에 '남편이 당연히 귀가해서 가족 모두가 편안해진다'라는 뜻에서 당귀(當歸)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귀는 미나리과에 속한 다년생 식물 승검초의 뿌리다.

 승검초는 1∼2m 높이로 자라며 전체가 자줏빛에 뿌리는 굵고 향이 강하다.

당귀 수확

 8∼9월 줄기에 꽃을 피우고 9∼10월 열매가 열리는데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위의 설화에서 알 수 있듯 '여성을 위한 약초'라고 할 만큼 각종 부인병에 효과적이다.

 당나라 시절 '해어화'(解語花)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용모가 아름다웠던 양귀비가 남편 현종과 반란을 피해 서쪽 천촉으로 피란을 떠나는 와중에 대신 한 명이 양귀비의 건강을 위해 당귀를 바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여성 냉증, 혈색 불량, 산전·산후 회복, 월경 불순, 자궁 발육 부진에 좋으며 오래 복용하면 손발이 찬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당귀 삶은 물은 여성 피부를 희게 하며 당귀차는 향과 맛이 일품이어서 접대용으로 좋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섣달그믐 밤에 당귀 삶은 물에 목욕했는데 깨끗한 몸으로 설날 아침 차례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시에 '열 개의 처방 중 아홉은 당귀가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십방구귀'(十方九歸)라고 불린다.

 동의보감에서 당귀 사용 처방은 500가지 이상으로 감초, 생강과 함께 최다빈도를 차지한다.

 당귀의 종류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참당귀와 일본 일당귀, 중국의 중국당귀가 있다.

 참당귀는 강원 평창, 태백, 정선, 인제와 충북 제천, 단양, 경북 봉화, 울진 등 주로 고랭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고랭지에서 자라고 있는 당귀

 경남 산청도 조선 전기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관련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구한 채취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재는 지리산 일부 고지대에서 10개 남짓 농가가 소규모로 당귀를 재배하고 있다.

 대신 2016년 경남한방약초연구소에서 초콜릿과 당귀 분말을 혼합해 만든 과자 '당귀 초코 크런치'를, 2020년 경남한방항노화연구원에서 당귀 등 약재를 조합해 만든 사물과립차 '기억톡톡'을 선보이는 등 관련 가공품 개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당귀가 지형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보니 산청을 포함한 경남에서 대규모 재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대신 당귀와 같은 소규모 작물 재배 시 모종이나 농자재 50%를 지원해주는 등 지역에서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한 당귀 들고 있는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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