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시급 5천원인데…환자는 '간병 파산'

제도권 밖 돌봄노동, 자격도·처우 기준도 없어

 우리나라에는 간병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월 400만원에 육박하는 간병비에 보호자는 거덜이 나고, 경력과 자격이 없는 간병인 곁에서 환자는 상태가 악화하기도 한다.

 간병인이 하루 24시간 일해 받는 일당은 평균 12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5천 원인 셈이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를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다.

 대다수 간병인은 알선업체에 소속돼 일감을 받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사업자이자 '특수고용직'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수요가 급증한 간병 서비스가 이처럼 법적 테두리 밖에 방치되면서 환자·보호자, 그리고 간병인과 병원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 24시간이 빠듯한 간병인 업무…끝나니 "돈 못 준다"

 그에 따르면 간병인의 일과는 6시부터 시작된다. 일어나면 환자 침상을 정리하고 시트를 갈고 양치와 세안을 시킨다.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면 눕힌 채로 침상에서 전신을 씻기기도 한다.

 매끼 식사를 먹여주고 발진을 막기 위해 기저귀를 상시로 갈고 소변 체크도 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마사지를 하거나 변비 시엔 관장도 돕는다.

 간병인은 환자를 수발하는 일상생활 보조는 기본이고, 환자 말벗이 되어 주거나 종교적인 요구를 도와주는 등 정서적인 돌봄도 담당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간병인이 환자에게 행해야 할 간병행위는 31개의 이른다.

 석션(가래 제거)은 의료법상 반드시 간호사 등 의료인이 해야 하지만 '업계 관행'이라며 간병인이 하는 경우가 흔하다. 튜브로 영양을 공급하고, 혈압을 재고, 인공배뇨를 처리하는 전문적인 간호 행위도 간병인의 역할이다.

 간병인 최모(34)씨는 "환자들부터 의료행위가 가능한 간병인을 찾는다"며 "일부 간호사들은 석션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밤에도 잠을 편히 잘 수 없다. 2시간마다 산소 포화도를 확인하거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체위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낙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해 조금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도 '번뜩' 눈이 깬다.

 문씨는 "새벽 4시에 병실에 몰래 들어와 자는 나를 보고 항의한 보호자도 있었다"며 "어떻게 사람이 24시간 깨어 있을 수 있겠나. 당시 서러워서 눈물만 났다"고 토로했다.

   간병인에게 마련된 공간은 팔다리를 펼 수 없는 좁은 보호자용 침대가 전부다. 집에서 미리 싸 온 일주일 치 냉동 주먹밥을 하나씩 이곳에서 까먹는다.

 희망간병분회 간병인은 일주일에 한 번 휴식 시간이 제공되는데, 이때 밀린 빨래를 하고 새 옷을 챙기고, 냉동밥을 싸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원에 다시 복귀한다. 이들은 이렇게 일주일에 6일, 144시간을 일한다.

 일부 남아있는 '갑질'과 차별적인 시선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간병인 조모(64)씨는 "말대로 하지 않으면 '간병비를 주지 않겠다'는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보호자가 있다"며 "욕설과 협박을 해도 돈을 받기 위해서 우리는 최대한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김모(70)씨는 "병원 직원들의 말에서 하대하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우리는 의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코로나 검사도 병원 앞에서 받지 못하고 보건소나 구청까지 가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씨가 속한 희망간병분회는 다른 알선업체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병인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다. 환자와 간병인을 연결할 때 알선 수수료를 받지 않고 소속 간병인들에게 직무·인성·감염병 교육도 매달 진행한다. 문씨는 "우리 분회에서 간병인 전문화와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무방비 제도에선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간병인과 환자·보호자 모두 힘든 간병…"제도 마련돼야"

 환자 가까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간병인은 환자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다.

 간병인의 전문성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의료체계에서 간병인은 법적 근거는 물론,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간병인은 자격·인력·처우 기준이 없어 누구나 될 수 있다. 환자를 돌본다는 점에서 유사한 직종인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는 그렇지 않다.

 환자와 간병인을 연결해 주는 대표 애플리케이션에 기자도 쉽게 간병인 자격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간병 경험이나 관련 자격증을 묻는 절차는 없었고, 바로 환자·보호자와 연결이 가능했다.

 한 간병 알선업체 관계자는 "간병인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나 70대가 넘는 고령층도 간병인으로 고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간병과 관련된 제도가 없으니, 간병인을 관리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주체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도 없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국가 자격증도 없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다. 현장에선 간병인 민간 알선업체에서 주의사항을 듣고 숙련된 간병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한 뒤 바로 환자에게 투입된다. 문제가 발생하기 쉽고, 중재하고 해결을 도울 단체는 찾기 어렵다.

 간병인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부작용은 결국 환자와 가족들에게 향한다. 요양병원에 환자를 맡긴 보호자 장모(57)씨는 "간병인 홀로 환자 8명을 돌보는 병원에 환자가 있다가 욕창이 커지고 엉덩이에 습진이 생겼다"며 "결국 상태가 많이 나빠져 큰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시 입원했다"고 토로했다.

 감염병 전염 가능성도 커진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 기술지원 및 성과평가'에 따르면 간호사보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환자를 간병한 경우 병원 내 감염의 위험이 약 2.9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들은 길어지는 간병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간병인의 처우 개선과 제도화를 통해 환자의 안전과 보호자 '간병 파산'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박원숙 교수는 "법적 테두리 내에 간병인이 있어야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도 제공될 수 있다"며 "간병인 자격증 및 교육훈련 제도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권기한 총무국장은 "간병인이 제도권 내로 들어와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이 처우 개선의 첫걸음"이라며 "보호자들도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로의 부담을 덜어줄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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